20대 국회의 여야정 협치(協治)의 대표 모델이었던 민생경제현안점검회의가 두 달째 개점휴업 상태다. 민생경제현안점검회의는 김광림 새누리당,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김성식 국민의당 등 3당 정책위 의장과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참석해서 주요 경제현안을 논의하는 회의체다. 이 회의는 매달 1회 개최를 원칙으로 운영됐으나, 지난 7월 18일 3차 회의를 마지막으로 두 달째 회의가 가동되지 않고 있다.

민생경제현안점검회의는 3차례 회의를 거치면서 지난 9월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추가경정예산편성을 이끌고, 구조조정 청문회 를 성사시키는 등의 성과를 냈다. 당초 추경 편성에 난색을 나타냈던 정부를 3당 정책위 의장들이 의기투합해 설득한 것이다.

7월18일 여야정 민생경제현안점검회의에 참석한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전 정책위 의장과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 의장, 유일호 경제부총리,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 의장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추경뿐만 아니라 구이역 스크린도어 사고 등을 계기로 위험 업무에 대한 과도한 외주화를 방지하는 입법 등을 3당이 공조해서 추진하기로 하는 등 여야와 정부가 민생경제현안에 머리를 맞대고 힘을 합치는 모습을 보여주기로 했다. 여야와 정부는 이 회의체의 집행력을 담보하기 위해 여야정 각 2인씩 8인이 참여하는 실무기구를 꾸리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이렇게 순항하는 듯한 민생경제현안점검회의는 8월 추경 예산안 심사가 시작되면서 스텝이 엉켰다. 여야 간 정쟁으로 추경 예산안 심사가 파행을 반복하면서 민생경제현안점검회의에서 이뤄진 정책위 의장들의 합의에 의구심이 생겼다.

특히 3당 정책위 의장들은 추경안을 통과시키면서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청문회를 국회 기재위와 정무위 차원에서 열기로 합의했으나, 원내지도부의 협상 과정에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의 증인 채택 논란 등이 암초가 됐다. 정책위 의장들의 합의와 달리 야당이 추경과 누리과정 연계 전략을 구사한 것도 여야간 신뢰에 금이 가게 만들었다.

추경과 구조조정 청문회 등으로 인해 여야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민생경제현안회의는 8월에 열리지 않고 있고, 9월에도 회의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추경을 상정한 힘을 발판 삼아 세법개정에 대한 여야정의 공동 구상을 마련할 계획이었지만 흐지부지되고 있다. 오는 26일부터 국정감사가 시작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민생경제현안점검회의는 빨라야 10월 중순에야 가동이 가능한 형편이다.

한 국회 관계자는 “국회 일정상 국감 뒤에 본격화될 법안심사에서 여야정이 공동의 목표를 상정하기 위해서는 9월초에 민생현안점검회의를 열었어야 했다”면서 “국감 뒤에는 이미 여야 3당이 법안심사 기조를 정해놨기 때문에 허심탄회한 협의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민생경제현안점검회의의 중요한 한 축이었던 변재일 전 더민주 정책위의장의 이탈도 변수다.

김종인 전 대표가 임명한 변 전 의장은 야당이 정부와 공식 회의 채널을 가지고 있는 것에 큰 의미를 뒀다. 8·27 전당대회 이후 추미애 대표는 변 전 의장의 후임 정책위의장으로 3선의 윤호중 의원을 임명했지만, 민생경제현안점검회의는 윤 의장 취임후 한 차례도 열리지 못했다.

윤 의장은 이에 대해 조선비즈와 통화에서 "(취임후)민생경제현안점검회의를 열자는 연락이 오지 않았기 때문에 관망중"이라며 "누리과정과 내년 에산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서 여야정 협의체가 가동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윤호중 더민주 정책위 의장은 김광림, 김성식, 변재일 의장이 공동 연구과제로 추진하기로 근로소득세 면세율 하향 조정에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세법개정 파동으로 인한 여론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정부가 각종 세금공제 항목을 신설하면서 근로소득세 면세율은 48.6%까지 치솟았다. 이에 대해 윤 의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개세(皆稅)주의는 당연히 추구해야 할 조세원칙이지만, 세법 개정을 통해 최저 소득자에게 단돈 1원이라도 세금을 내게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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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국회 안팎에서는 민생경제현안점검회의가 국감 후인 10월 중순쯤 재개되더라도 정부의 추경 예산 편성을 이끌었던 상반기만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시각이 다수 존재한다. 추미애 대표 체제 출범 이후 친문 주류의 색깔이 강해진 더민주가 야당으로서의 선명성을 강조하게 되면 여야정 협의 폭이 좁아질 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다른 국회 관계자는 “민생경제현안점검회의가 성과를 낼 수 있으려면 친문 주류에 속하는 윤호중 의장이 기존 회의 멤버들과 융화를 이루며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면서 "더민주가 어떤 입장을 취하는 지가 관건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