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에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를 둘러싼 갈등과 의혹이 점차 커지는 양상이다. 최근 광주에서 학생부 조작 사건이 불거지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입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비중은 점차 커질 전망이어서 학생부 기록에 대한 공정성 논란은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학부모는 학부모대로 "학생부는 (어떤 교사를 만나느냐에 따른) 복불복" "학교·교사가 학생부를 무기로 쥐고 있으니, 학부모는 말 한마디 제대로 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그런가 하면 교사는 교사대로 "학부모 간섭 탓에 학생부를 객관적으로 기록할 수 없다"고 고충을 토로한다. 학생부를 둘러싼 학생·학부모·교사의 갈등 사례를 취재했다.
◇불이익 받을까 두려워 불만 있어도 쉬쉬
고 2 자녀를 둔 학부모 A씨는 지금도 아이의 작년 학생부를 생각하면 화가 난다. A씨 자녀는 작년과 올해 모두 반장으로 뽑힐 만큼 리더십이 뛰어나고, 대인관계도 원만하다. 하지만 작년 학생부의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란에는 '반장으로서 책임감이 없고 고집이 세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이 적혔다. A씨는 아이가 2학기에 체육대회를 준비하다가 담임교사와 사소한 의견 충돌을 겪은 일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A씨는 "학기말에 담임교사는 제 아이에게만 학생부를 보여주지 않으려 했다. 학교 측에 항의해 겨우 학생부를 봤는데,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다'는 말의 근거를 묻자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은 교사 의견을 적는 곳이라 내 생각을 썼을 뿐'이라는 대답만 들었다. 나쁜 평가를 적을 때는 최소한 명백한 근거라도 대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학교나 교사에 불만이 있어도 학생부 기록에 불이익을 받을까 싶어 불만을 제기하지 못하는 사례도 많다. 학부모 B씨는 "아이가 과학 수업 중 교사에게서 '행동이 왜 이리 굼뜨냐. 장애가 있느냐'는 식의 폭언을 들었지만, 학교에 얘기할 수가 없었다. (해당 교사의 성격을 잘 아는) 다른 학부모들이 학생부에 어떤 말을 쓸지 모른다며 참으라고 하더라. 아이가 이과생이라 과학 교사에게서 안 좋은 평가를 받으면 대입에서 불리할 것 아닌가. 교사가 학생부에 대한 권력을 가진 상황에서는 학부모가 참을 수밖에 없다. 옳고 그름에 상관없이 무조건 학생이 교사에게 '잘 보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고 3 자녀를 둔 학부모 C씨도 대입을 앞두고 학생부 때문에 속앓이를 했다. 아이가 해온 비교과활동 대부분이 누락됐기 때문이다. C씨의 자녀는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자기만의 학습자료를 만들어 교사에 제출하는 등 학업에 열심이었지만, 학생부의 세부사항 및 특기사항(세특)에 이러한 내용은 전혀 기록되지 않았다. 아이가 교사에게 학생부 누락에 대해 문의하자 "학생부는 내신 1~2등급만 써주는 것 모르느냐"는 면박만 돌아왔다. C씨는 "아이가 노력한 점을 학생부에 써주지 않은 것도 모자라, '학생부에 써달라고 할 목적으로 그동안 열심히 한 것이냐. 속 보인다'는 식으로 비아냥거리기까지 했다. 1~2등급 아이들은 안 한 일까지 써주면서, 다른 아이들은 노력한 점조차 써주지 않고 말까지 함부로 하니 더욱 화가 난다"고 밝혔다.
성적이 같아도 교과 교사에 따라 적히는 내용이 천차만별이다. 특히 대학들이 눈여겨보는 국어·영어·수학 등 주요 과목은 한 학년에 여러 교사가 가르치는 경우가 많아 더욱 그렇다. 학부모 D씨는 "같은 등급인 학생끼리도 교사의 열정이나 태도에 따라 세특 내용이 질적으로 다르다. 그래서 학년 초 교사 배정이 되고 나면, 학부모 사이에서는 '올해 학생부는 포기해야겠다'는 식의 푸념이 나오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학부모 E씨 역시 "독서기록 등 교사가 마땅히 해줘야 할 일을 요청할 때도 시기를 봐가며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 지난해에도 독서기록이나 봉사활동 내용 등을 미리 챙겨 보냈는데도 마감 기일이 다 되도록 기록되지 않아 애를 태웠다. 학부모 사이에서는 '답답하고 자존심이 상해도 무조건 엄마가 참아야 한다'는 말이 나돈다"고 했다.
◇교사들 "학부모 개입 막기 어렵다"
교사들도 학생부에 대한 부담이 크긴 마찬가지다. 담임교사 혼자 관리할 인원이 수십 명인 데다 여러 반을 동시에 가르치는 교과 교사도 많게는 수백 학생의 세특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사의 객관적인 관찰보다는 학생이 직접 써온 활동 기록에 의존해 학생부를 쓸 수밖에 없다. 특히 학생부를 학생·학부모가 열람할 수 있다 보니, 교사의 생각대로 쓰기도 어렵다. 서울의 한 일반고 교사 F씨도 학부모 요청에 따라 학생부를 수정한 적이 여러 번 있다. "대입이 걸린 만큼 학부모가 수정을 요청하면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나 '대학에 떨어지면 책임질 것이냐' 등의 말을 들으면 더욱 그렇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일반고 교사 G씨는 "학부모가 찾아와 '~한 내용이 들어가야 입시에 유리하다더라'며 수정을 요구하는 일이 흔하다"며 "학생부 열람이 가능한 이상, 학부모가 학생부에 개입하는 문제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런 문제를 막으려면 교사·학부모 간 신뢰를 쌓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의 한 일반고 교사 H씨는 "학종은 옳은 제도이지만, 학교·교사에 따라 학생부 기록 수준이 달라 학부모에게 '불신'을 주는 것도 사실"이라며 "학교나 교사는 학부모에 신뢰를 주고, 학생·학부모도 (학생부를 기록하는) 교사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