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갑식 월간조선 편집장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을 "정신 상태가 통제 불능이라고 봐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9일 3개국 순방을 마친 뒤 열린 청와대 안보상황 점검회의에서 한 말이다. 같은 날 박 대통령은 라오스에서도 북한 핵실험에 대해 "김정은 정권의 광적(狂的)인 무모함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신 상태가 통제 불능'에 '광적인 무모함'을 고루 갖춘 사람을 표현할 말은 광인(狂人), 즉 '미친놈'밖에 없다. 우리 정치사에서 북한의 수령을 이렇게 표현한 대통령이 박 대통령 이전에 딱 한 명 있었다. 박 대통령의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이다. 그는 정확히 40년 전인 1976년 8월 18일 그렇게 말했다.

그날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미루나무를 자르던 유엔군과 국군 장병에게 북한군 30여 명이 도끼를 휘둘렀다. 2명이 죽고 8명이 다쳤다. 대통령은 "미친개에게는 몽둥이가 약"이라며 보복을 다짐했다. 사흘 뒤 한·미 양국 군이 완전 무장하고 미루나무를 자르는 모습을 북한은 겁먹은 표정으로 지켜만 봤다.

그 후 40년간 우리는 북한 도발에 뒷걸음질만 해왔다. 엄포를 놓다 미군 항공모함이나 폭격기로 '쇼'를 한 뒤 망각하는 수순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반복됐다. 박 대통령이 아버지처럼 몽둥이를 못 들고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다"고 말하는 것은 그가 유약해서가 아니라 입지가 약하기 때문이다.

12일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담에서 대통령이 잘못한 것은 없다. 대안 없이 사드에 반대하는 '퍼주기 주역'들의 대북 특사 요구를 받는 것은 국군 총사령관의 자세가 아니다. 북한의 10㏏짜리 폭탄 한 방에 서울에서만 20만~40만명이 죽는다. 그런 마당에 '여·야·정 안보 협의체'를 열자는 야당 주장은 안이함의 극치다.

야당은 안보를 노사정(勞使政) 협상으로 착각하고 있다. 그게 허망한 것은 누구나 다 안다. 그런데도 회담 뒤 비판은 대통령에게만 쏟아진다. 그 이유를 대통령도 알고 국민도 안다. 그렇다고 '발등에 떨어진 불'을 '강 건너 불구경'하는 식으로 바라보며 냉소만 짓는다면 대한민국은 누가 지켜준다는 말인가.

북한은 1993년 핵확산금지조약에서 탈퇴하면서 핵 개발에 매진했다. 그새 우리 대통령들은 조연 역할에 충실했다. 김영삼 대통령은 미국의 영변 폭격에 반대했고 김대중 대통령은 북한에 5억달러를 헌납했으며 노무현 대통령은 "북핵 문제에 북한 입장을 가지고 미국하고 싸워왔다"며 국민의 기운만 뺐다.

북핵 위기에 백가쟁명(百家爭鳴)식 처방이 쏟아지고 있지만 나는 우리가 취할 현실적인 1차 대안이 원자력 추진 잠수함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원잠(原潛)은 무협지식 표현을 빌리자면 '너 죽고 나 죽자'는 동귀어진(同歸於盡), 즉 '물귀신' 같은 무기다. 단순 무식해 보이지만 이것만큼 무서운 무기도 사실 없다.

서해에서 우리 원잠이 몇 달간 숨어 있다면 평양의 김정은은 꿈자리가 뒤숭숭해 살이 쪽 빠질 것이다. 중국·일본도 두려워할 원잠은 2012년부터 2~3년 간격으로 세 척이 건조될 예정이었다. 2003년 6월 2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된 '362계획'대로라면 2번함이 취역했고 3번함이 완공 단계였을 것이다.

북한은 '핵 종합 세트'의 마지막 단계로 원잠을 만들어 거기 핵탄두가 달린 탄도미사일을 장착할 것이다. 우리가 배고픈 늑대에게 먹히는 배부른 돼지 신세가 되는 날이다. 그때 종북 세력들이 "항복하자" "함께 살자"고 선동하면 대다수가 노예의 행렬에 줄 설 것이다. '최후의 그날'이 앞으로 8~10년 남았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이 결심만 하면 2024년 우리가 독자 설계한 '장보고-Ⅲ' 3번함을 원잠으로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원잠은 핵폭탄과 달리 주변 국가의 반대를 벗어날 수단도 많다. 대통령이 열강에 맞서 결단만 한다면 자주국방을 위한, 노무현이 못한 것을 박근혜가 이룬 '위대한 불통(不通)'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