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난 20여년간 핵개발을 한시도 멈추지 않았다. 총 5차례 북핵 실험 가운데 첫 핵실험은 진보 정권 때 있었지만 나머지 4번이 보수 정권인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에 이뤄졌다. 2006년 첫 핵실험 때만 해도 북한은 초보적 수준의 핵 기폭 장치를 사용했다. 그랬던 북한이 지난 9일 5차 핵실험 직후 "소형화·규격화된 각종 핵탄두를 마음먹은 대로 생산할 수 있게 됐다"고 주장한다. '1kt 이하'로 시작했던 폭발력은 이제 히로시마 원폭에 근접하는 10kt 수준으로 늘었다. 2013년 3차 핵실험부터는 핵탄두 소형화가 가능한 고농축우라늄을 쓴 것으로 추정된다. 심지어 북은 4차의 경우 수소폭탄 실험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때마다 우리는 유사한 대응만 반복했다. 대통령이 미·일·중·러 등 6자 회담 당사국 정상들과 접촉하고, 외교 라인에서 "이전보다 더 센 안보리 제재를 추진하고자 하는데 중·러의 태도가 관건"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달라진 게 없다. 미군 항공모함이나 전략폭격기가 왔다 가는 것도 같다. 번번이 핵 주권론이 부상해 갑론을박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없던 일이 됐다. 박 대통령은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사드를 도입하기로 했으나 김정은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3차 핵실험으로 핵탄두의 미사일 탑재 가능성이 가시화되자 우리 군은 킬 체인(kill chain·선제타격) 구축을 내놓았다. 그러나 3년여 만에 북은 물속에서, 또 고속도로에서 이동하면서 미사일을 쏘았다. 킬 체인을 무력화하는 능력을 갖추기 시작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우방의 우려를 무릅쓰고 1년 전 중국의 열병식에까지 참석했으나 중국은 정작 중요한 시기에 고개를 돌리고 사실상 북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는 북의 핵실험을 단 한 번도 사전 탐지하지 못했다. 1조원이 넘는 예산을 쓰는 국정원은 거의 무용지물이다. 국정원은 진보 정권만이 아니라 보수 정권 때에도 어처구니없는 짓만 연발했다. 북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의 발전 속도에 대해서도 군과 국정원 모두 깜깜했다.

김씨 왕조가 핵무기 같은 비대칭 전력에 사활을 걸었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명백했다. 진보 정권의 실책과 무책임은 더 말할 필요도 없지만 보수 정권의 두 통수권자 중 누구도 북의 전략을 간파하고 실질적인 방책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냉정히 말해 북핵은 진보 정권이 만들어 준 것이나 그 발전은 보수 정권이 허용했다.

매년 30조~40조원 국방비를 쓰는 군은 탱크와 자주포 같은 재래식 무기에는 관성적으로 매년 몇천억원씩 쓰면서도 참수작전(김정은 제거 작전)에 투입할 특수부대 하나 만들어 놓지 않았다. 1개 여단 규모 특수부대를 만드는 데 5000억원이면 된다는데 엉뚱한 곳에 예산을 낭비했다. 그러고서 위기가 닥치면 또 예산 타령이다. 북한과 비교할 수도 없이 많은 국방비를 쓰면서 군사력 균형이 완전히 붕괴된 사태에 참담할 따름이다.

어제 성 김 미 6자 회담 수석대표는 "한·미 양국 정상뿐 아니라 양국의 군사 전문가들은 '전술핵 재배치가 필요하지 않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보수 정권의 두 대통령도 전술핵 배치가 필요없다고 동의했는가. 5000만 국민의 생명을 전적으로 외국에 의존한 채 만에 하나 미국의 정책이 달라질 경우의 대비책은 하나도 없어도 된다는 결정을 내린 이유는 무엇인가. 지금 나라가 처한 이 상황이 정상이라고 보는지 '안보만은 믿어달라'던 보수 정권의 두 대통령에게 묻고 싶은 국민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