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9일 오전 북한의 5차 핵실험 소식이 전해지자 일제히 각 당 차원의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오후엔 국회 정보위원회와 국방위원회를 가동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여야 3당 지도부는 이날 오후 긴급 회동을 갖고 "북핵 문제엔 여야가 없다"며 국회 차원의 규탄 결의안도 채택하기로 했다. 정치권이 과거에 비해 빠르게 움직였고, 방향도 여야 간에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평가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이날 12시에 당 긴급 안보대책회의를 열고 "북한이 지금 위험한 도발을 끝 간 데 없이 이어가고 있는데 너무 위중하고 심각한 문제"라며 "북핵이 이전과 다른 실질적 위협이 된 만큼, 지금까지 금기시하고 논의에서 배제해온 '모든 옵션'을 테이블에 올리자는 요구도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여야 대표회담을 제안하기도 했다.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감행한 9일 오전 여야 3당은 당 지도부 등이 참여하는 긴급 안보 대책 회의를 소집해 북한 핵실험에 따른 대응책을 논의했다. 왼쪽부터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더불어민주당은 새누리당보다 1시간 빠른 오전 11시에 긴급 안보대책회의를 소집했다. 추미애 대표는 "북한 당국이 핵무기가 김정은 정권과 북한을 지켜줄 것이라 생각한다면 참으로 오판"이라며 "북한은 핵실험으로 인한 모든 책임을 면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추 대표는 "더민주는 북한의 핵 보유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평화를 깨뜨리는 북한의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11시에 열린 당 긴급 비대위 회의에서 "북한의 5차 핵실험을 강력히 규탄한다. 백해무익한 북한의 도발 행위가 한반도 평화는 물론 전 세계 평화를 해친다"며 "북한은 마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여야 3당 원내지도부는 국회 차원의 북한 핵실험 규탄 결의안을 채택하기로 합의했다. 새누리당 정진석,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긴급 회동을 통해, 3개 교섭 단체가 공동으로 결의안을 제출하고 오는 20일 본회의에서 이를 통과시키기로 합의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앞으로 북핵 문제를 3당 원내대표가 더 길게 얘기할 수 있는 자리를 또 만들 것"이라고 했다.

특히 북한이 올 들어서만 2차례 핵실험을 하는 등 핵미사일의 실전 배치 위협이 현실화된 만큼 여당은 물론 야당에서도 기존의 경제·외교적 제재를 넘어선 새로운 대북 압박 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은 이날 오후 열린 국회 외통위 회의에서 "대화로 (북핵 문제는) 풀리지 않을 것 같다"며 "지금까지 제재와 압박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인정하고 새로운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홍문종 의원은 "북한이 핵실험을 계속한다면 그 징후가 있을 때 우리가 먼저 공격하는 게 실효성 있는 제재 조치 아닌가"라고 했다. 더민주 김종인 전 대표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핵무기의 대량생산이 가시화된 지금, 하루빨리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 시 (남한의) 선제 공격력을 보여주는 (군사적) 최소 억제력을 갖추는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여야의 주요 대선 주자들도 일제히 5차 핵실험을 비판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북핵과 미사일에 대비하기 위한 사드 배치의 필요성이 더욱 명백해졌다"며 "핵 추진 잠수함 도입, 미국의 전략 핵무기 배치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동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중대 도발"이라며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평화를 위협해서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거듭되는 북한의 핵실험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동북아의 불안정을 증대시키는 명백한 도발 행위"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