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영이 리우패럴림픽에서 9일 하루 금메달 2개를 수확했다. 첫 금메달의 주인공은 남자 100m 자유형(장애 등급 S4)에 출전한 '패럴림픽의 박태환' 조기성(21)이었다. 그는 한국 최초로 패럴림픽 자유형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분23초36 기록으로 2위 선수보다 3초 정도 빠른 압도적 레이스였다. 곧이어 이인국(21)이 남자 100m 배영(장애 등급 S14)에서 정상에 올랐다. 한국이 패럴림픽 수영에서 하루에 금메달 2개를 따낸 건 처음이다.

태극기 두르고 환호 - 걸을 수 없어 대인기피증까지 생겼던 조기성은 2008년‘수영을 하면 걸을 수 있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에 주저 없이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수영을 통해 꿈과 자신감을 찾은 그는 8년 뒤 패럴림픽 정상에 올랐다. 9일 금메달을 따낸 뒤 태극기를 몸에 두른 조기성이 양팔을 벌리며 환호하는 장면.

조기성은 선천성 뇌성마비로 걷지 못하는 선수다. 이날도 휠체어를 타고 출발선까지 와서 물에 들어갔다. 물에선 두 팔로만 헤엄친다. 그는 "세계기록에도 욕심이 있었는데 앞으로 시간이 많지 않으냐"며 "일단 오늘은 이 기쁨을 즐기겠다"고 했다. 그는 "예선에서 2등을 한 것이 기분 나빴다. 그래서 이 악물고 앞장섰다"고 했다. 조기성은 14일 200m에도 출전해 한국 패럴림픽 사상 첫 수영 2관왕에 도전한다.

이어 벌어진 배영에선 지적장애 수영 선수 이인국이 대회 기록(59초82)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버지 이경래(50)씨는 눈시울을 붉혔다.

"지난 4년을 숨죽이며 살았습니다. 버텼지요. 그때 잘됐으면 사는 게 덜 힘들었을 텐데…. 이제 금메달리스트란 명예가 생겼으니 이 아이가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이인국은 4년 전 런던패럴림픽 때 예선을 전체 1위로 통과했다. 사람들의 시선은 이 17세 기대주로 쏠렸다. 하지만 경기 20분 전 수영장 대기실에 모여야 한다는 규정을 어겨 결선 레이스에 참가하지도 못했다. 당시 그는 통역에 어려움이 있었고 심리 안정을 취하느라 3분 늦게 대기실에 들어갔다고 한다. 이 일로 당시 조순영 대표팀 감독이 해임됐다.

이때부터 부부는 아들이 참가하는 국제 경기를 따라 다니기 시작했다. 런던 때와 달리 통역 직원도 지원됐다.

"우리 아들이니 '잘한다' '믿는다' 해야 하는데 이번에 또 실수를 하지 않을까 걱정이 더 많았습니다."

부모는 "지적장애 아이를 키우면 말로 할 수 없는 일들이 생긴다"며 눈물을 흘렸다. 키 188㎝인 아들은 "금메달 따면 힘든 수영 그만두고 무술 배우기로 했다"며 즐거워했다. 이인국은 요즘 홍콩의 액션 스타 '이소룡'에게 푹 빠져 있다. 부모는 "이번에 금메달 따면 수영 그만두고 무술 배우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좋은 동기가 됐다"며 웃었다.

아이가 지적장애 진단을 받은 건 초등학교 1학년 때였다. 아버지 이씨는 "너무 가슴이 아팠지만 그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고 했다. 이인국은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수영을 시작했다. 이인국은 2014년 세월호 사고를 겪은 안산 단원고 출신이다. 당시 그는 3학년으로 그 배에 타지 않았다. 어머니 배숙희(52)씨는 "인국이의 우승이 단원고 동문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조기성과 이인국의 부모만큼 기뻐한 이가 조순영(41) 전 대표팀 감독이었다. 조 전 감독은 2012년 '3분 지각' 사건으로 감독직에선 해임됐지만 서울 잠실에서 장애인 수영 클럽을 운영하며 조기성과 이인국을 계속 가르쳤다. 조기성과 이인국은 "감독님이 아니었으면 수영을 포기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이날 조기성은 시상식 제일 꼭대기에서 집게손가락을 들어 '넘버 원'을 만든 뒤 흔드는 세리머니를 했는데, 스승에게 보낸 선물이었다.

한편 한국의 대회 첫 메달은 남자 사격의 김수완(34)이 따냈다. 그는 이날 새벽 열린 남자 10m 공기소총 입사 결선에서 181.7점으로 동메달을 땄다. 그는 홀로 키우고 있는 6세 아들을 향해 "아들아! 메달 따오겠다는 약속 지켰다!"며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