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한 지 1년 넘으면 기업에서 안 뽑아 준다고 하던데요. 취업할 때까지 졸업을 미루려고요."

연세대 인문대에 다니는 신모(24)씨는 올해 '5학년'이 됐다. 8학기 동안 필수 이수 학점은 다 채웠고 복수 전공을 하는 것도 아니지만 지난 2월 졸업 대신 '졸업 유예'를 신청했다. 학교에 60만원쯤 내고 3학점만 등록해 놓은 상태로 매일 학교에 나와 취업 스터디 모임을 한다. 지난 1학기 연세대에서는 졸업 예정자 2090명이 신씨처럼 졸업을 연기했다. 이 학교 재적 학생 수(2만1425명)의 10%에 달한다. 신씨는 "제 나이에 졸업하는 친구는 10명 중 1~2명 정도"라며 "덜컥 졸업해버렸다가 취업이 안 될까 봐 무섭다"고 말했다.

청년 취업난 탓에 대학 졸업을 뒤로 미루는 이른바 'NG(No Graduation)족'이 5만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교문위 안민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교육부에서 받은 '2016년 졸업 유예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1학기 전국 4년제 대학생 1만7744명이 졸업을 유예했다. 졸업 유예란 졸업 요건을 충족하는데도 졸업을 미루겠다고 대학에 신청해 승인받는 제도다. 여기에 일부러 졸업 필수 과목을 이수하지 않고 남겨 놓거나 복수 전공을 하기 위해 추가 정규 학기에 등록한 학생까지 더하면 졸업할 때가 됐는데도 학교를 떠나지 않는 '5학년생'은 5만858명(153개 대학 기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졸업 유예제를 운영하는 107개 대학 중 70개교는 학생들에게 일정 비용을 내고 최소 수강 학점을 채우도록 하고 있다. 이 대학들이 졸업 유예생으로부터 받은 등록금은 최소 35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생들이 졸업 요건을 채우고도 학교에 등록금을 내고 졸업을 미루는 이유는 "기업들이 이미 졸업한 사람을 기피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재학생을 더 선호하기 때문에 졸업을 미루고 재학생 신분을 유지하면서 그 기간에 영어 점수, 인턴·봉사 활동 등 취업 스펙을 하나라도 더 쌓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기업 인사 담당자는 "졸업자 기피는 사실무근"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온라인 취업 포털 '사람인'에서 기업 인사 담당자 25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58.6%가 "졸업 여부는 채용과 상관없다"고 답했다. 심지어 "졸업자를 선호한다"는 응답이 30.7%로 "졸업 예정자(재학생)를 선호한다"는 답변 10.7%보다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