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을 26년간 통치해온 이슬람 카리모프 대통령이 2일(현지시각) 별세했다. 향년 78세. 우즈베키스탄 정부와 의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카리모프 대통령이 급성 뇌출혈로 수도 타슈켄트에서 서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카리모프 대통령은 지난 달 27일 뇌출혈로 쓰러져 입원 치료를 받아왔었다. 카리모프의 둘째 딸 롤라 카리모바-틸랴예바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검은 네모 이미지를 올리고 “그가 우리 곁을 떠났다.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모르겠다. 믿기지 않는다”라고 적었다.
옛 소련 공산당 관료 출신인 카리모프는 1990년 소련 내 우즈베크공화국 대통령에 올랐다. 우즈벡은 소련 붕괴 이후 1991년 8월 독립을 선언했고, 카리모프는 그해 11월 치러진 첫 대통령 직선에서 당선된 뒤 지금까지 재임했다.
그는 야권 인사와 언론인을 탄압하거나 투옥하고, 야당의 정치 활동을 사실상 차단해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혹독한 독재자'로 평가받아왔다.
특히 그는 2005년 우즈베키스탄 동부 안디잔에서 일어난 반(反)정부 시위에 군대를 투입, 어린이와 여성을 포함 최대 700명이 숨지게 한 일로 국제사회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대통령 3선 연임을 금지하는 헌법 조항도 고쳐가며 사실상 종신 집권의 길에 들어섰다.
카리모프 대통령의 영결식은 3일 고향인 사마르칸트에서 열릴 예정이며 장례위원장은 유력한 후계자로 지목되는 샤프카트 마르지요예프 총리가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카리모프 대통령의 서거는 우즈베키스탄 국민과 독립국가연합(CIS·옛 소련 국가 모임),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원국들에 힘겨운 상실"이라며 "그는 가장 권위 있는 활동가였고 진정한 국가 지도자였다”고 추모했다.
우리 정부는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조문사절단을 파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