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억원대 비리 혐의로 구속된 신격호(94)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녀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법정에서 억울한 부분을 호소하며 혐의 대부분을 부인했다.
신 이사장은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현용선) 심리로 열린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에 법원 경위의 부축을 받고 출석했다. 그의 변호인은 “롯데그룹 창업주 자녀로 중대한 비리 혐의로 법정에 선 데 진심으로 죄송하며 (신 이사장은) 모두 자신의 불찰임에 깊이 반성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공소사실에 대해 나름 억울한 부분이 조금씩 있다”고 했다.
신 이사장은 이날 하늘색 수의를 입고 헝클어진 파마머리를 했다. 첫 기일과 마찬가지로 화장기 없는 얼굴로 재판 중간 중간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첫 준비기일보다는 많이 담담해진 모습이었다. 중간 중간 지인들이 앉아있는 방청석을 쳐다보기도 했다.
검찰은 신 이사장에 대해 롯데백화점 입점과 관련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14억7000여만원을, 롯데면세점 입점 등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20억7000여만원의 뒷돈을 받은 배임수재 혐의를 적용했다.
신 이사장은 장남 장모(48)씨 명의로 된 BNF통상과 유니엘로 하여금 실제로 근무하지 않은 딸 3명을 이사 및 감사로 등재해 급여명목으로 모두 35억6000여만원을 지급하게 하고, 이들 업체를 포함한 법인자금 11억70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있다.
변호인은 “롯데백화점 입점 청탁 혐의는 고등학교 50년 친구에게 가게를 위탁시키며 수수료 형식으로 매달 일정액을 받은 것이라 부정 청탁 대가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면세점 관련 청탁 관련해서는 신 이사장은 (브로커) 한영철씨가 돈을 받은 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면세점 매장 위치와 관련해 정상적인 업무로 검토해 달라고 대표이사에게 이야기한 것뿐 지시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씨와 사이가 멀어진 뒤 BNF통상을 통해 돈을 받은 혐의에 대해서는 “정상적인 계약을 통해 컨설팅한 대가로 받은 것”이라고 했다.
변호인은 BNF 통상 등에 딸들을 직원으로 올려놓고 급여를 받고 법인 돈을 횡령한 혐의에 대해서는 “딸들이 일정부분 일을 했다”며 “검찰은 일한 것에 비해 받은 급여가 과하지 않느냐고 판단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주주들이 판단할 문제지 배임죄로 보는 것은 법률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BNF통상 이모(56) 대표에게 구체적으로 지시한 사실은 없지만, 평상시 자녀들을 챙겨줘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 것을 이 대표가 잘못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며 “배임과 횡령 관련 피해액을 모두 공탁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검찰은 “백화점 입점 관련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객관적인 자료가 있고 면세점과 관련해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신 이사장이 지시한 것”이라며 “한씨와 관련해서는 딸의 계좌번호가 오간 것이 있어 재판과정에서 입증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자녀들이 업무에 비해 과다한 급여를 받았다는 취지로 기소한 게 아니라, 일을 안 하고 받았다는 점을 횡령·배임으로 보고 기소한 것”이라고 했다.
이날 변호인단과 검찰은 백화점 압수수색 관련 각종 서류에 대한 열람등사 가능 여부를 놓고 한참 신경전을 벌였다.
변호인단은 “변론을 위해 모든 증거의 수집과정은 공개되는 게 원칙적으로 옳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롯데그룹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압수수색 관련 서류를 열람 등사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문서를 특정하고 다른 사건이나 제3자의 사생활 관련 부분을 가리고 절차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만 협의해서 공개하라”고 했다.
재판부는 오는 5일 오후 4시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가진 후 첫 공판을 열기로 했다. 앞으로 재판에선 면세점, 가공급여, 횡령, 백화점 사건 등 공소사실별로 서증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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