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산은 4000억 출자 중 3300억 '삭감' 요구
누리과정 예산 위해 3000억 '목적 예비비' 증액 주장

여야가 약속한 30일 추가경정예산 처리가 난항을 겪고 있다. 새누리당은 당초 이날 오전 추경을 처리한 후 1박 2일 연찬회를 떠날 계획이었으나, 추경 처리 지연으로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30일 국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들은 전날 새벽 1시까지 11조원 규모의 추경 처리를 위해 밤샘 협상을 벌였다. 하지만 협상은 결렬되면서 이날 오전 예정된 추경 처리 본회의는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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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막판 협상에서 충돌하고 있는 부분은 산업은행 3300억원 현금출자 삭감과 누리과정 예산 3000억원 증액 부분이다.

정부는 구조조정에 따른 국책은행의 부담을 덜기 위해 추경에 산업은행 4000억원, 수출입은행 1조원의 현금출자를 담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수은의 1조원 현금출자 부분은 문제가 없다는 방침이지만, 산은의 4000억원 현금출자는 삭감할 부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민주가 삭감을 요구하는 부분은 산은의 기업투자촉진프로그램으로 들어간 2000억원 예산이다. 기업투자촉진프로그램은 산은과 민간자본이 각각 15조원씩 출자해서 기업 투자를 촉진하고 신사업 투자, 고용창출, 기업구조조정 등 산업재편을 유도한다는 목적으로 지난 2015년 2월부터 가동됐다. 정부는 관련 예산을 편성하면 산은의 안전한 투자로 인해 위험가중자산이 늘지 않고, BIS 자기자본비율이 상승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더민주는 관련 2000억원 예산이 BIS 자기자본비율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점에서 삭감을 주장하고 있다.

또 더민주는 산은의 해운보증기구(한국해양보증보험) 공공부문 출자금 1300억도 삭감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해양보증보험은 민간재원 50% 이상을 바탕으로 정부가 함께 출연하고 있는데, 더민주는 민간 투자가 잘 안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렇게 되면 산은에 대한 4000억원 현금 출자 중 3300억원이 야당의 삭감 요구 예산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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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더민주는 외국환평형기금 출연액 5000억원 중 2000억~3000억원 삭감도 추진하고 있다. 외평기금은 이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1000억원을 삭감해 예결위에 보낸 상태다.

더민주는 이렇게 삭감된 약 6000억원대의 삭감 예산으로 교육청에 내려보내는 목적예비비 3000억원 증액을 시도하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전날 누리과정 예산 부담으로 급증한 지방교육채무 상환을 위한 예산 6000억원을 순증액해 예결위에 보냈다. 교문위는 국채 상환을 위해 쓰기로 했던 세계잉여금(회계 결산 후 남은 돈) 1조2000억원을 삭감해 관련 예산을 편성하라고 주문했다. 교문위는 세계잉여금 삭감 권한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있기 때문에 관련 의견을 담아 예결위로 보낸 것이다.

최종 추경 규모를 결정하는 예결위는 교문위의 요구처럼 1조2000억원 세계잉여금을 삭감해 6000억원을 편성하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그대신 더민주는 산은 현금출자, 외평기금 등에서 삭감한 예산으로 교육청이 학교 운동장 우레탄 교체나 도서지역 통합관사, 누리과정으로 인한 지방교육채무 상환 등 자유롭게 배정해 쓸 수 있도록 ‘목적 예비비’ 3000억원을 증액하자는 입장이다.

아울러 더민주는 개성공단 입주기업 지원으로 703억원 예비비 증액도 요청하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은 더민주의 요구를 받을 수 없다고 밝혀 추경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날 연찬회를 취소하고 협상을 이어가 오후 늦게라도 추경을 반드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