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이 워낙 복잡한데 이것만 알면 ‘대박’ 나는 겁니다.”

지난 23일 오후 서울 지하철 교대역 부근의 파파라치(유명인 사진을 몰래 찍어 돈을 버는 사람) 학원. 원장 문모(79)씨가 '김영란법 무료 공개 특강'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일단 공무원이 많은 세종시를 공략하고, 이들이 자주 가는 식당을 미리 알아야 한다"며 "불법 현장을 포착하면 몰래 카메라를 얼굴 쪽으로 향하게 하고, 직함을 말할 때 반드시 녹음하라"고 했다. 수강생 20여명이 수첩을 펼치고 문씨의 강의 내용을 필기하고 있었다. 대부분 머리가 희끗한 50~60대 남성이었다. 한 수강생은 "'란파라치(김영란법 위반자를 쫓는 파파라치)'가 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해서 무료 강의를 들으러 왔다"고 말했다.

일러스트=송준영 기자

오는 9월 28일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법) 시행을 앞두고 기존 파파라치 학원이 앞다퉈 '김영란법 특강'을 개설하며 수강생을 끌어모으고 있다. 김영란법이 금지하고 있는 3만원 이상 식사, 5만원 이상 선물이 오가는 현장을 적발해 한몫 챙기는 법을 알려준다는 것이다. 이 학원들은 전단(傳單)과 현수막을 통해 '월 300만원 안정적인 수입 보장' '한 건 하면 억대 포상금' 등으로 선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전국에 파파라치 양성 학원이 20곳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파파라치 학원들은 이론 3시간, 실무 4시간 교육을 공짜로 진행한다고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무료 특강을 미끼로 수강생들을 끌어모은 뒤 초소형 몰래카메라(몰카)를 비싸게 팔아 돈벌이를 하고 있다고 수강생들은 지적한다. 10만~50만원 상당 몰카를 한두 차례 강의와 묶어 100만~200만원에 파는 식이다.

그동안 식(食)파라치(식당이나 수퍼마켓 등의 위반 사례를 쫓는 파파라치), 세(稅)파라치(탈세를 추적하는 파파라치) 등으로 활동하던 이들도 일확천금을 기대하며 '란파라치'로 전업(轉業)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학원의 불법 운영을 신고하는 학(學)파라치로 활동해온 주부 김모(36)씨는 "학파라치의 포상금은 최대 200만원에 불과하지만, 란파라치는 한도가 2억원이라서 파파라치 업계에서 '로또'로 통한다"고 말했다.

[김영란법이란?]

공무원과 교원들은 "시범 케이스로 걸리면 안 된다"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해양수산부 등 정부 부처들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김영란법 교육'을 하고 있다. 법원도 란파라치의 신고가 몰릴 것에 대비해 규정 위반에 대해 어느 정도 과태료가 적정한지를 연구하는 '과태료 연구반'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은 구체적인 김영란법 위반 사례가 아직 없기 때문에 세부 규정을 만들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파라치 학원들은 "김영란법은 적용 대상이 공무원과 교원 등 총 400만명에 달하는 데다 법 위반자를 신고하면 최대 30억원 보상금과 2억원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보상금(포상금 포함) 지급 기준이 엄격하기 때문에 신고자가 억대는 고사하고 100만원을 받을 가능성도 굉장히 낮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신고 포상금을 받으려면 법을 위반한 사람들 이름과 직함, 근무 부서, 접대 및 수수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알고 신고해야 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수사 권한이 없는 민간인이 구체적 범죄 정보를 파악해 신고하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 "이런 정보를 갖춰서 신고해도 부정한 자금이 국고(國庫)로 환수되지 않으면 보상금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