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오전 9시 40분쯤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6일 검찰 소환 조사를 앞두고 자살한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정책본부 본부장)의 빈소에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이 들어섰다. 소진세 그룹 대외협력단장, 황각규 운영실장(사장) 등 롯데그룹 고위 임원 20여 명과 함께 선 신 회장은 이 부회장의 영정 앞에 국화꽃 한 송이를 헌화했다. 신 회장은 고개를 숙여 묵념을 시작하자마자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꼈다. 30초 넘게 이 부회장의 영정을 응시하던 신 회장은 5분 가까이 영정 앞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27일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에 마련된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의 빈소를 찾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신 회장은 취재진의 질문엔 대답을 하지 않고 빈소를 떠났다. 이 부회장은 검찰의 롯데 비자금 수사와 관련한 소환 조사를 앞둔 26일 경기도 양평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인원 롯데 부회장은 누구?]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누구?]

50여 분간 빈소에서 머물다 나온 신 회장의 눈은 붉게 충혈돼 있었다. 그는 취재진이 '고인(故人)은 어떤 분이었나'라고 묻자 울음을 터뜨렸고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구속된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차녀 장선윤 롯데호텔 상무도 이날 조문을 마친 뒤 통곡했다. 신동빈 회장의 형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측은 "신격호 총괄회장은 건강이 좋지 않아 조문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인원 부회장의 빈소에는 28일에도 조문객이 이어졌다.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을 지낸 노신영 전 국무총리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그저 답답할 뿐"이라고 했다.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큰 공적을 남긴 훌륭한 경제인을 잃게 돼 너무 슬프다"고 말했다.

교통사고 후유증 등으로 인해 입원 치료 중인 이 부회장 아내는 남편의 사망 소식을 모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충격을 받을까봐 유족이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한편 롯데그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28일 출근해 향후 수사 방향 등을 논의했다. 수사팀은 '수사 일정을 재조정한다'는 입장이지만 구체적인 사항은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검찰은 이번 주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등을 소환 조사하고, 추석 연휴를 즈음해 롯데 수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일단 이인원 부회장의 장례가 끝나기를 기다려야 하고 (조사를 받게 될) 롯데 관계자들의 심리 상태 등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수사의 초점은 '롯데그룹 차원의 비자금 존재 여부'가 될 수밖에 없다. 이 부회장은 유서(遺書)에 해당 비자금은 없다고 적었다. 또 "2015년까지 (그룹 내의) 모든 결정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했다"는 내용도 유서에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황각규 사장 등 정책본부 전·현직 관계자들도 그동안 검찰에서 비슷한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