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새 지도부가 예상대로 친(親)문재인계 일색으로 구성되자 정치권에선 새누리당 친박(親朴)과 더민주 친문(親文)을 제외한 제3세력 구축론이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김종인 더민주 전 대표까지 최근 "정계개편이 있을 수 있다"고 하면서 조만간 구체적인 실체가 모습을 드러낼 것이란 관측까지 나온다. 이와 관련해 중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거론되는 정치인들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은 주말 동안 전남·광주(光州)를 찾아 사실상 내년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손학규 전 더민주 상임고문을 만나 국민의당 합류를 요청했다. 국민의당을 중심으로 제3세력을 구축하자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안철수, 호남 민심 다지기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은 더민주 새 지도부가 선출되는 전당대회가 있었던 27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전남과 광주를 찾았다. 안 의원은 27일 전남 광양·구례를 찾은 데 이어 28일에는 광주에서 지역위원장·지지자 500여명과 무등산에 올랐다. 이날 등산로 초입에는 지지자들이 '제2의 김대중 안철수', '알파고 안철수'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안 의원을 맞이했다. 안 의원은 정상에서 기자들과 만나 "무등산(無等山)은 '등급이 없다, 차별이 없다'는 뜻"이라며 "지금의 시대정신이 격차 해소인데, 무등산은 그 시대정신을 알려주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안철수는 광주 무등산에 -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28일 광주 무등산 탐방로에서 나들이에 나선 지역 주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산행을 마친 뒤 안 의원은 광주 시내의 한 식당에서 광주·전남 언론인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국민의당을 중심으로 반드시 정권 교체하라는 그 명령을 가슴 깊이 새기고 제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내년 겨울 서설(瑞雪)이 내린 무등산에 와보고 싶다"고 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의 대선 출마 선언으로 해석됐다. 안 의원은 '당의 기득권을 버리고 제3지대에 참여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총선 민심이 저희를 세워주셨는데 이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은 총선 민심에 반한다"며 "국민의당 문호를 활짝 개방해 스스로 시험대를 만들겠다"고 했다.

안 의원은 앞서 광양에서 열린 강연에서 "다음 대선은 양 극단 대 합리적 개혁세력 간의 대결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며 "지난 대선 때처럼 양 극단 중 한쪽이 정권을 잡게 되면 절반도 안 되는 국민을 데리고 나라를 분열시키면서 아무 문제도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구례에서 열린 록 페스티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더민주 전당대회와 관련해 "지난번 새누리당 전당대회 결과처럼 '닮은꼴 복사판'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친박 지도부가 된 새누리당과 친문 지도부를 구성한 더민주를 닮았다고 한 셈이다.

◇박지원은 손학규 만나 영입 제안

안 의원이 호남을 순회하는 동안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7일 전남 강진을 찾아 손학규 전 더민주 상임고문을 만났다. 박 위원장은 강진의 한 막걸리 집에서 손 전 고문을 만나 "국민의당에 들어와 안 의원과 경선을 통해 정권 교체의 기틀을 마련해 달라"고 했다.

박지원은 강진 손학규에 -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지난 27일 전남 강진의 한 식당에서 대화하고 있다.

[안철수, "정권 교체명령에 모든 걸 바치겠다"...대권 도전 선언]

박 위원장은 이날 회동이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요즘 거론되는 '제3지대'는 국민의당이라고 손 전 고문에게 강조했다"고 전했다. 손 전 고문 측에서 거론하는 '제3지대론'에 맞서 국민의당 입당을 제안한 것이다. 박 위원장은 "손 전 고문에게 새누리당은 친박, 더민주는 친문이지만 국민의당은 열린 정당인 만큼 국민의당에 들어와 정권 교체에 힘써 달라고 제안했다"며 "손 전 고문이 칩거 생활을 끝내고 이른 시일 내에 서울로 올 것 같은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손 전 고문이 국민의당 입당에 대해서 명확한 답변을 하진 않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