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희 前 감독

승부 조작 혐의로 실형을 받고 농구계에서 영구 제명된 강동희(50) 전 남자프로농구 원주 동부 감독이 참담했던 순간에 대해 밝히기로 했다. 강 전 감독은 28일 오후 12시 30분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프로스포츠협회가 프로야구 KT 위즈 선수단을 상대로 펼치는 '부정방지 교육'에 직접 나서 승부 조작과 연루됐던 악몽 같던 순간을 선수들에게 전한다.

최근 서울시내에서 만난 강 전 감독은 꾹 눌러쓴 모자에 선글라스 차림이었다. 그는 "승부 조작이 터질 때마다 내 이름이 거론되는 게 죄스럽고 두려웠다"고 했다. 그는 "처음엔 망설였지만, 앞으로 이런 일을 막기 위해 선수들 앞에 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강 전 감독은 2011~2012 남자 프로농구 시즌에 4차례 승부 조작을 한 혐의로 2013년 3월 구속돼 10개월 실형을 선고받았다. KBL(한국농구연맹)에서도 영구 제명됐다. 한 시대를 풍미한 '코트의 마법사'였지만 승부 조작의 검은 손길 앞에선 무력했다.

그는 "승부 조작에 대한 의식이 없었던 게 결국 악몽의 구렁텅이로 빠진 이유였다"고 털어놨다. 그가 처음 승부 조작 제의를 받았던 것은 2011년 1월이었다. 프로 감독 두 번째 시즌이었다. 평소 알고 지내던 열 살 아래 후배 A가 손길을 뻗었다. 강 전 감독은 "사석에서 몇 차례 얘기를 꺼내길래 '농구는 감독이 승부를 좌지우지하기 어렵다'며 거절했다"고 했다. 하지만 A는 부탁을 강하게 뿌리치지 못하는 강동희의 성격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키워드 정보] 승부조작이란 무엇인가]

A는 2011년 2월 26일 동부와 SK의 서울 경기를 타깃으로 삼고, 전날 술자리를 함께한 다음 강 전 감독에게 "술값(약 300만원)이 없으니 대신 내달라"더니 "내일 1쿼터에 주전을 빼주면 술값을 해결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 덫이었다. 강동희는 "이미 플레이오프 진출이 확정된 상태에서 주전을 쉬게 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말한 상황이라 깊은 생각 없이 '너 알아서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고 했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내 합리화일 뿐이지만, 그 상황을 승부 조작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또 경찰에 신고하지 못한 것이 가장 후회스럽다"고 했다.

당시 동부는 주전이 빠진 상태에서도 1쿼터를 앞서 조작은 실패했다. 하지만 결과에 관계없이 A는 다음 날 감사의 표시라며 술값 300만원에다 700만원을 보태서 강동희에게 전달했다. 그는 "그때 깊은 생각 없이 돈을 받은 게 또 돌이킬 수 없는 실수였다"고 했다. A 등은 이후 2011년 3월 11일 오리온스전, 13일 KT전, 19일 모비스전 등 세 경기를 대상으로 추가 승부 조작을 제의했고, 이미 발목이 잡힌 강동희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A 등은 곧 이은 플레이오프를 앞두고도 8000만원을 내밀며 조작을 제의했다. 강동희는 거부했다. 그리고 2개월 후 프로축구 승부 조작 사건이 터졌다. 강동희는 "내 행동이 얼마나 큰 잘못인지 뒤늦게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지인들에게 고민 상담을 하고 나서 받은 돈을 다 돌려줬다.

그때부터 본격적인 협박이 시작됐다. 2011~2012 시즌엔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걸어 승부 조작을 요구했다. 때론 조직 폭력배도 동원됐다. 강동희는 협박에 시달리다 못해 접촉을 피하기 위해 코치 방이나 찜질방에서 눈을 붙였다. A는 틈만 나면 동부의 숙소와 집을 찾아와 몇 백만원씩 돈을 요구했다. "정말 그 2년 동안 너무 힘들었어요. 계속 협박당하고 살았을 겁니다. 오히려 사실이 밝혀진 게 속 시원합니다."

강 전 감독은 '세상을 끝내고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아내와 어린 두 자식 때문에 충동을 접었다. "애들이 농구를 시작했어요. 하지만 내가 저지른 실수 때문에 농구장에 떳떳하게 찾아가지도 못합니다."

강 전 감독은 처음 부정방지 교육 강사를 제의받고 고민을 많이 했다. 잘못을 저지른 입장에서 남들 앞에서 얘기를 할 처지가 아니라는 생각이 강했다. 하지만 고민 끝에 이를 받아들였다.

"승부 조작의 검은 손길은 조용히, 너무 가까운 곳에서 다가옵니다. 한번 빠지면 떨쳐내기 어렵습니다. 내 말을 듣고 단 한두 명이라도 그 손길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것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