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조3000억원을 들여 개발한 국산 기동 헬기 '수리온(KUH-1)'이 서울소방재난본부가 요구하는 소방 헬기 규격 조건을 맞추지 못해 입찰에 참가하지도 못하게 됐다. 23일 서울시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따르면 서울소방재난본부 119특수구조단은 지난달 6일 조달청을 통해 헬기 1대를 340억원에 사들이는 입찰을 하기 전 '규격 요건'을 발표했다. 국토교통부와 미국·유럽이 동일하게 적용하는 민간 헬기 표준 인증을 받고, 헬기의 엔진 두 개 중 하나만으로도 이착륙이 가능하며, 18인승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수리온은 애초에 군용으로 개발됐기 때문에 민간 헬기 표준 인증을 받지 못했다. 또 군용 헬기 요구 사항인 한쪽 엔진 정지 시 비상 착륙 인증만 받았고, 탑승 인원은 14명이다. 따라서 수리온은 서울소방재난본부가 내건 요건 세 가지를 모두 충족하지 못한다.

서울소방본부 관계자는 "소방 헬기가 인구 밀집 지역인 서울 도심에 뜨고 내려야 하므로 안전성을 철저하게 검증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수리온을 개발한 한국항공우주산업 측은 "수리온이 현재 서울 한복판인 용산구 국방부 헬기장을 오가고 있다"면서 "수리온이 민간 표준 인증은 받지 못했지만, 군 임무를 수행하는 만큼 안전성이 충분히 보장됐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조만간 입찰 공고를 내고, 하반기에 낙찰자를 선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