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천상륙작전'이 700만 관람객을 목전에 둘 만큼 흥행에 성공하면서 맥아더 장군이 실제 찼던 시계도 덩달아 화제다. 당시 유엔군 최고사령관으로 촌각을 다투는 한국전쟁의 진두지휘를 맡은 맥아더 장군이 찼던 시계는 명품으로 잘 알려진 '예거 르쿨트르'의 리베르소 모델. 1935년 제작한 스틸 소재의 초기 리베르소 손목시계로, 뒷면에는 더글러스 맥아더의 이름을 딴 'D MAC A'가 각인돼 있다. 이 시계는 지난해 스위스의 한 경매에서 약 8000만원에 판매돼 세간에도 널리 알려졌다.
예거 르쿨트르의 대표 시계라 할 수 있는 리베르소 모델은 시계 케이스가 180도 회전하는 것이 특징. 1931년 폴로 경기를 즐기던 영국의 한 장교가 과격한 스포츠 활동에도 부서지지 않는 견고한 시계 제작을 의뢰했고, 예거 르쿨트르는 시계 케이스를 뒤집어 보호할 수 있는 리베르소 모델을 개발했다. 특별히 리베르소 모델은 시계 케이스 뒷면에 원하는 문구를 새겨넣을 수 있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번 영화에서 맥아더 장군 역을 맡은 배우 리엄 니슨도 예거 르쿨트르의 리베르소 모델을 차고 출연했다. 리엄 니슨은 '인천상륙작전' 촬영을 위해 직접 대사를 연구하는 등 영화에 각별한 열정을 보였다고 알려져 있다. 시계까지 맥아더 장군이 착용했던 모델로 맞춘 것에 네티즌들은 "소름 끼치는 디테일"이라며 환호했다. 영화 속에서 리엄 니슨이 찬 시계는 두 번 클로즈업된다. 이 때문에 시계 애호가들 사이에서 "저 시계 무슨 모델이냐"는 문의가 빗발쳤다. 아쉽지만 영화 속 리엄 니슨이 찬 시계는 더 이상 살 수 없다. 모델명은 '리베르소 그랑 태이유'로 지난해까지만 판매된 단종 제품이다. 영화 촬영이 이뤄진 지난해 예거 르쿨트르에서 리베르소 모델 중 맥아더 장군의 시계와 가장 비슷한 것으로 촬영 협찬했던 것. 올해는 예거 르쿨트르가 리베르소 탄생 85주년을 맞아 1931년도 오리지널 모델에서 모티브를 얻은 '리베르소 트리뷰트 컬렉션'으로 새롭게 출시했다.
맥아더 장군뿐 아니다. 오랜 역사를 간직한 명품 시계 중에는 역사 속 인물들과 일화가 왕왕 전해진다. 대한제국의 마지막 임금 '순종'은 시계 마니아였다. 순종이 거처하던 창덕궁에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수많은 시계가 있었고, 왕은 이 시계들이 각기 다른 소리로 종을 울리는 것을 무척 좋아했단다. 순종이 몸에 지니고 다녔던 회중시계는 요즘도 최고로 치는 명품 시계 '바쉐론 콘스탄틴'. 2010년 순종이 사용했다는 바쉐론 콘스탄틴 회중시계가 K옥션 경매에서 1억2500만원에 팔렸다. 시계 뒷면에는 대한제국 황실에서 썼음을 증명해주는 '이화문(李花文)'이 새겨져 있다.
'비폭력 저항운동' 간디도 고가의 명품 시계를 착용했다. 단, 직접 산 건 아니고 당시 친구였던 인도 국무총리가 선물한 것. 간디가 착용했던 시계는 스위스 시계 브랜드 '제니스'의 회중시계. 가격은 약 4000만원으로 추정된다. 시간을 철칙처럼 지키던 간디에게 시계는 가격을 떠나 아주 유용한 아이템이었다.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도 명품 시계 애호가였다. 1970년대 앤디 워홀이 즐겨 찼던 시계는 '까르띠에'의 탱크. 자화상 사진에도 까르띠에 탱크 모델을 차고 등장했던 앤디 워홀은 이렇게 말했단다. "나는 시간을 보기 위해 탱크 시계를 착용하는 게 아니다. 꼭 차야 하는 시계이기 때문에 항상 탱크를 착용한다." 그러나 인생 말년 그가 좋아하는 시계는 '피아제'로 바뀐 듯하다. 살아생전 피아제 창립자 4대손인 이브 피아제와 특별한 친분을 쌓기도 했던 앤디 워홀은 죽기 전 자신의 고향에 타임캡슐을 만든다. 그 안에 들어 있던 시계는 피아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