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순간이 메이저 대회 마지막 조로 경기하는 듯한 압박이었다. 그 동안 나, 박인비를 위해 한 경기는 많았지만, 이번엔 조국을 위해 경기했다.”
리우 올림픽 여자골프 금메달을 획득한 박인비가 23일 금의환향했다. 24시간이 넘는 긴 비행에 피곤한 기색이 비쳤지만 그의 얼굴엔 행복이 가득했다.
23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에서는 박인비의 할아버지인 박병준(84)옹이 맞았다. 박 옹은 손녀를 안고 “고생했다. 내 손주”라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박인비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금메달을 할아버지 목에 걸어드리고, 다시 한 번 두 팔을 벌려 안았다.
박인비는 시즌 초반 왼손 엄지 부상 탓에 부진이 길었고, 리우올림픽 출전조차 불투명했다. 하지만 그는 결국 116년 만에 열린 올림픽 여자골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골프 여제’의 존재를 입증했다.
남편 남기협 씨와 함께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박인비는 “한국 시간으로 새벽에 경기를 치렀는데, 많은 분이 응원을 해주셔서 힘이 됐다”라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했다.
그는 손가락 상태에 관해 가장 먼저 답변했다. 박인비는 “원래 손가락 상태가 좋지 않았다. 한 달 동안 훈련만 해 재활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올림픽을 앞두고 샷 점검 차 참가한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부상 탓에 컷오프를 당했다. 국내 대회에서 박인비가 컷오프된 것은 처음이었다. 박인비는 “삼다수 대회 이후 다시 마음을 잡으려고 노력했다. 무엇이 부족한지 깨달았다. 날카로운 샷이 안 나왔는데, 어떻게 감을 살릴 수 있을까 연구했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이 대회까지 손가락 테이핑을 한 상태로 대회에 나갔다. 테이핑을 한 채 경기를 치르다 보니 손의 예리한 감각이 둔해졌다. 하지만 올림픽 직전에 테이핑을 뗐다. “통증이 느껴지더라도 1주일만 참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집중하면 (통증을 참는데) 큰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남편 남기협 씨에게 많은 용기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부상 때문에 스윙에 지장을 받다 보니 남편과 함께 자세 교정에 나섰다. 스윙(폼)을 약간 틀었는데 바뀐 폼이 퍼트에서도 좀 더 나았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남편이 다시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도와줬다. 가장 소중한 사람이다”라고 덧붙였다.
박인비는 “이번 올림픽에서 매 라운드 매 순간이 메이저 대회 마지막 조로 경기하는 것 같은 압박감이었다”며 “가장 힘든 경기였다”라고 밝혔다. 박인비는 18번 홀을 끝내고 두 손을 들어 기쁨을 표현했다. 평소 박인비는 세리머니를 하지 않는 ‘포커페이스’로 유명하다.
이례적인 세리머니에 대해 그는 “고생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며 “한국을 대표한다는 부담감을 견뎌 자랑스러웠다. 그동안 나, 박인비를 위해 한 경기는 많았지만, 이번엔 조국을 위해 경기했다”라고 말했다.
박인비는 향후 일정을 묻는 말에 “에비앙 챔피언십에 나가고는 싶지만,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라며 “컨디션을 회복하는 데 집중하겠다. (손가락) 경과를 보고 복귀를 결정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2020년 도쿄올림픽 출전 의지에 대해서도 밝혔다. 박인비는 “도쿄올림픽 출전을 장담하지는 못하겠지만, 만약 그때 선수 생활을 하고 있다면 올림픽 2연패는 좋은 목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