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마리오로 변신한 아베

리우올림픽에서 일본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여러 번 놀라게 했다. 일본은 리우올림픽에서 종전 최다 올림픽 메달 기록이었던 38개(2012 런던)를 갈아치웠다. 금 12·은 8·동 21개로 한국(8위)을 제치고 종합 순위 6위에 올랐다. 정점은 육상 남자 400m 계주에서 ‘번개’ 우사인 볼트가 뛴 자메이카에 이어 은메달을 거머쥔 것이었다.

차기 올림픽 개최지(2020 도쿄)인 일본은 22일 리우올림픽 폐회식(마라카낭 주경기장)에서도 경쾌하고 여운이 남는 메시지로 세계를 감동시켰다. 일본에 주어진 공연 시간은 단 8분. 일본은 현장에서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정육면체의 모형을 이용해 공연을 펼쳤다.

마라카낭 주경기장에 설치된 전광판에는 도쿄올림픽 홍보 동영상이 상영됐다. 일본은 이 동영상에서 축구 만화 주인공 캡틴 쓰바사, 만화 캐릭터 도라에몽, 헬로키티와 함께 게임 캐릭터 팩맨을 등장시켰다. 일본의 ‘소프트 파워’를 나타낸 동영상의 주인공은 게임 캐릭터인 수퍼 마리오였다. 이 영상들은 TV 중계 화면을 통해 하나의 스토리로 세계인들을 찾아갔다. 수퍼 마리오는 동영상에서 일장기에 새겨진 붉은 원을 뜻하는 빨간 공을 리우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동영상에서 일본에 있던 수퍼 마리오는 지구를 관통해 브라질을 잇는 파이프로 들어간다.

잠시 뒤 실제 마라카낭 주경기장에 설치된 파이프 모양의 모형에서 튀어나온 인물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였다. 수퍼 마리오를 상징하는 붉은색 모자를 쓰고 직접 나타난 것이다. 그의 모자에는 도쿄(TOKYO)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국가수반의 모습이라고 하기엔 다소 우스꽝스웠지만, 파격적인 모습에 마라카낭 주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은 열광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 해외 언론에선 “일본이 리우올림픽 폐회식에서 강력한 인상을 남겼다”는 등의 호평을 내놨다. 그를 ‘수퍼 아베마리오’라고 부르는 외신도 있었다.

국내 네티즌은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일본을 흥미진진하게 묘사한 홍보 동영상에 감탄했다. 이날 공연으로 도쿄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는 반응이 나왔다. 동시에 2020 도쿄 하계 올림픽에 앞서 열리는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는 의견도 있었다. “일본을 깎아내리기에 앞서 평창에서도 전 세계에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돈만 많이 들인다고 능사가 아니다. 창의적인 개회식·폐막식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공감을 얻었다. 평창 동계 올림픽은 536일 앞으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