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는 무기력해서 담대함을 찾기 힘들고, 기득권에 매달려 미래를 주도할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18일 서울 프레스센터. '한국의 브루킹스 연구소'를 표방한 싱크탱크(think tank)인 여시재(與時齋) 출범 간담회에서 이사장을 맡은 이헌재(72) 전 경제부총리의 표정은 다소 결연했다.
이헌재 이사장은 "운전대를 잡은 사람은 멀미에 시달리지 않는다는 말처럼 한반도와 동북아의 대책을 주도적으로 마련하기 위해 나설 때가 됐다"면서 "낡은 이데올로기와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고 전문가와 지식인들의 지혜를 담는 '솔루션 탱크(solution tank·해결책을 담는 통)'가 되겠다"고 말했다.
'시대와 함께하는 집'이라는 뜻의 여시재는 조창걸(77) 한샘 명예회장이 보유 주식 260만주(약 4400억원)를 출연해서 설립한 연구재단이다.
정부나 대학에 속하지 않는 독립 연구재단은 국내에서는 아산정책연구원(원장 함재봉) 등을 제외하면 드물다. 여시재 출범 준비팀은 지난해부터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와 전략국제문제 연구소(CSIS), 러시아 전략문제연구소(RISS), 영국 채텀하우스 등 세계 주요 싱크탱크를 방문 조사한 끝에 이날 3가지 중점 연구 분야를 발표했다.
'동북아와 새로운 세계 질서' '통일 한국' '도시의 시대'다. 오는 10월에는 미·중·러·일 4국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국제 포럼도 개최할 계획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여시재 운영 총괄 부원장을 맡은 이광재(51) 전 강원지사가 참석했다. 현재 여시재 원장은 공석(空席)이다. 이 전 지사는 "지난 7개월간 국내외 전문가들과 만나고 1000여 편의 논문을 검토하면서 여시재의 화두(어젠다·agenda)를 다져왔다"고 말했다. 이 전 지사가 지난 2011년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지사직을 상실한 이후 상근직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조정훈(44) 전 세계은행 우즈베키스탄 지역 대표가 대외 담당 부원장을, 이원재(44) 전 희망제작소장이 기획이사를 각각 맡았다.
여시재 이사진에는 김도연 포항공대 총장과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김현종 전 UN대사, 박병엽 팬택씨앤아이 부회장, 안대희 전 대법관, 정창영 삼성언론재단 이사장(가나다순) 등이 포함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