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역 사거리에서 신호 대기를 위해 서 있던 한 태권도 도장 스쿨버스가 경찰 단속에 걸렸다. 바깥에서 봐도 서 있는 학생들이 여러 명 보일 만큼 정원 초과였기 때문이다. 경찰이 버스 안에 들어가 보니 15인승 승합차에 초등학생 23명과 운전기사, 보조교사 등 25명이 타고 있었다. 학생 10명은 다른 학생 무릎 위에 앉거나 허리를 굽히고 서 있었다. 좌석에 앉은 학생들도 대부분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았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차를 운전하는 태권도 도장 사범 이모(34)씨는 경찰이 실시하는 '어린이 통학 차량 안전교육'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안전교육은 경찰서에 등록한 스쿨버스 운전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데, 이씨가 운전한 스쿨버스는 미신고 차량이었기 때문이다. 서울 방배경찰서는 이씨에게 안전 운전 의무 위반 혐의로 범칙금과 과태료를 부과했다.

어린 학생들을 실어 나르는 각종 학원·유치원·어린이집 차량 중 3분의 2 정도가 경찰에 스쿨버스로 등록하지 않은 미신고 차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에 따르면 13세 미만 어린이를 교육 시설에 수송하는 통학버스(스쿨버스)는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경찰에 9만9075대가 등록돼 있다. 이는 전체 운행 중인 스쿨버스 약 30만대 가운데 33.1%에 불과하다고 어린이 안전 관련 시민단체인 한국통학버스안전협회는 밝혔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스쿨버스를 운영하는 업자는 경찰서에 의무적으로 차량을 신고해야 한다. 스쿨버스를 경찰에 등록하면 2년에 한 번씩 도로교통공단이 실시하는 3시간짜리 안전교육을 받아야 한다. 또 아동용 안전띠나 어린이 보호 표지판과 같은 안전 설비를 스쿨버스에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경찰서에 신고하지 않은 스쿨버스는 차체 겉면만 노랗게 칠했을 뿐 이런 수칙을 지키지 않고 있다.

신나날 한국통학버스안전협회장은 "스쿨버스 셋 중 둘은 어린이 보호를 위한 안전교육을 받지 않고 운행하고 있다"며 "불법 스쿨버스가 어린이들을 위험으로 내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