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성이 아닙니다 - 전인지가 연습 라운드에서 샷을 하는 도중 1m 크기의 '대형 쥐' 카피바라가 뒤에 나타났다. 다 큰 카피바라는 몸길이 130㎝에 몸무게가 60㎏에 달하지만 온순한 성격으로 초식을 한다.

16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골프 코스에는 거센 바람이 불었다. 참가국 국기가 걸린 10여m 높이의 철제 깃대가 흔들렸다.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 노무라 하루(일본) 등 연습 라운드를 마치고 클럽 하우스로 들어오는 선수들이 고개를 흔들었다. 예상보다도 훨씬 강한 바람이 최대 변수라는 걸 실감한 표정이었다.

이날 한국 여자 골프 대표팀은 처음으로 '완성체'가 돼 연습 라운드를 돌았다. 전날 항공사 실수로 골프백이 뒤늦게 도착한 전인지(22)가 훈련에 합류하면서 처음으로 네 명이 함께 훈련한 대표팀에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선수들은 취재진에 스마트폰을 건네며 'RIO 2016'이 적힌 기자회견장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준비를 많이 했습니다. 한국의 무더위를 싹 날려버리는 플레이를 하겠습니다." 막내 전인지가 출사표를 밝혔다. 어떤 상황에서도 밝은 모습을 잃지 않는 '유쾌녀' 김세영(23)은 "코스도 그렇고 경쟁하는 선수들도 모두 까다롭지만 어려움을 극복해야 더 기억에 오래 남는 것 아니냐"며 "설렌다"고 했다. 양희영(27)은 "꿈의 무대에 오게 된 만큼 후회 없는 경기를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인비(28)의 출사표는 맏언니다웠다. "나라를 대표해 큰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했으니 기대하고 응원해주시는 국민께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이날 박인비는 160m 거리의 6번 홀(파3)에서 홀인원을 기록했다. 6번 아이언으로 친 샷이 핀 5m 앞에 디봇 자국을 남기고 그대로 홀컵 안으로 사라졌다. '침묵의 암살자'라는 무시무시한 별명이 붙을 정도로 감정 내색을 잘 하지 않는 박인비이지만, 이날은 홀컵으로 들어간 공을 꺼내 '리우올림픽 게임 6번 홀 홀인원'이라는 문구와 함께 사인을 남겼다. 대표팀은 '좋은 징조'라며 반색했다. 저스틴 로즈(영국)가 112년 만에 복귀한 골프에서 첫 홀인원을 기록한 뒤 결국 남자 골프 금메달을 거머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드디어 완전체 - 16일 리우 올림픽 골프 코스에 모인 한국 여자 골프팀. 김세영, 박인비, 박세리 감독, 양희영, 전인지(왼쪽부터). 오른쪽 사진은 연습 라운드 도중 홀인원을 기록한 박인비가 기념 사인한 공.

[박인비, 리우올림픽 연습라운드서 홀인원...'예감이 좋다']

남자 경기 도중 카이만 악어를 본 헨리크 스텐손(스웨덴)은 은메달을 땄다. 이날 박인비, 양희영도 연습 라운드 도중 스텐손과 마찬가지로 카이만 악어를 목격했다. 전인지는 3번 홀(파4)에서 올림픽 코스에 30여 마리가 서식한다는 1m 크기의 '대형 쥐' 카피바라를 곁에 두고 두 번째 샷을 했다. 카피바라는 설치류 중에 몸집이 가장 큰 동물이지만 온순한 성격으로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 전인지가 샷을 하자, 풀을 뜯어 먹고 있던 카피바라가 고개를 들었다. 전인지는 "실제 경기 중에 또 보더라도 겁내지 않고 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골프의 여자부 개인전은 17일 오후 7시 30분(한국 시각) 막을 올린다. 막내 전인지가 한국 시각으로 17일 오후 7시 52분 폴라 레토(남아공), 니콜레 라르센(덴마크)과 함께 한국 대표팀 가운데 가장 먼저 출격한다. 이어 박인비가 저리나 필러(미국), 아사아라 무뇨스(스페인)와 9시 3분에, 양희영은 이민지(호주), 잔드라 갈(독일)과 10시 36분에 1라운드를 시작한다. 김세영은 스테이시 루이스(미국), 최근 상승세를 타는 에리야 쭈타누깐(태국)과 10시 58분 경기를 시작한다. 1·2라운드에서 비교적 강호들과 만나게 된 김세영은 "함께 치는 선수들을 신경 쓰기보다는 자연과의 싸움에서 이기도록 전략을 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