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 정보] 국내총생산(GDP)이란?]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71주년 기념사에서 "언제부터인지 우리 내부에서는 대한민국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잘못된 풍조가 퍼져가고 있다"며 "세계가 부러워하는 우리나라를 살기 힘든 곳으로 비하하는 신조어들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자기 비하와 비관, 불신과 증오는 결코 변화와 발전의 동력이 될 수 없다"고 했다.

대통령의 이 언급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면 또 찬반이 갈릴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한국을 지옥에 비유하는 '헬조선'이나 '지옥불반도' 같은 극단적인 용어들이 과도하게 널리, 당연한 듯이 쓰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심지어 '개한민국'이라는 말까지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불신과 부정의 말들이 난무하는 데 이유가 없지 않다. 청년들은 제대로 된 일자리가 적어 아우성이고, 미처 노후를 준비할 틈도 없었던 노인들의 빈곤율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상위 10%가 차지하는 소득점유율도 미국 다음으로 높은 수준에 이른 것도 심각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부조리한 사건·사고·현상을 일일이 언급하자면 끝도 없다. 이런 추세에 대한 경고는 지속적으로 제기돼야 한다.

하지만 '헬조선'이나 '개한민국'과 같은 말에서 느껴지는 우리 사회에 대한 혐오는 사회현상에 대한 합리적 문제의식을 넘어선 것이다. 이런 조어(造語)는 힘들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증오를 심는다. 이미 일각에선 자기혐오가 무슨 유행처럼 번지면서 매사 부정적 측면만 지나칠 정도로 과장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이 지옥이라면 이 지구상에서 지옥이 아닌 나라는 몇 곳도 되지 않을 것이다. 이 나라는 71년 동안 쉴 새 없이 달려왔다. 이 짧은 기간 동안 우리는 세계 최빈국에서 GDP 10위권, 무역 6위 국가로 성장했다. 2차대전 이후 독립한 나라 중 산업화·민주화·정보화를 이만큼 동시에 성취한 나라는 우리가 유일하다. 원조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가 된 것도 우리뿐이다. 소득 양극화나 높은 청년실업률은 전 세계적 현상이다. 그나마 우리는 나은 편에 속한다.

사람들, 특히 청년들이 '헬(지옥)'이나 '흙수저' 같은 말 앞에 주저앉아 세상 탓만 하는 풍조가 만연하면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기는커녕 불신과 퇴행의 확대재생산만 부를 것이다. 사회문제는 활발하게 비판하되 과도한 자기 비하나 의도적인 자기혐오가 여론을 지배하는 풍토는 막아야 한다. 일부 정치인과 세력도 이런 정서에 편승하거나 영합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