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신임 지도부의 11일 오찬 회동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고 한다.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이 "대통령을 모신 후로 (대통령이) 이렇게 많이 웃으신 건 처음"이라고 했을 정도다. 특히 이날 회동에서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박 대통령에게 건의 사항을 전달하는 '화법(話法)'이 화제가 됐다. 이 대표는 당의 요구나 시중의 민심을 전달할 때 "대통령께서 다 판단하실 문제지만…" "늘 그렇게 해오셨지만"이라는 식으로 한 자락을 먼저 깐 뒤 "그런 말씀이 있어서 말씀을 올린다"는 식으로 말했다. 이 대표는 이런 식으로 박 대통령으로부터 전기료 누진제 재검토 방침을 끌어냈다.

이 대표는 이날 "공개적으로 말씀드릴 것 좀 몇 가지 말씀 올리겠다"며 전기료 누진제 재검토를 건의했다. 그는 "누진 요금에 대해서 당 최고위에서 한번 전반적으로 검토하는 게 어떻겠냐고 해서, 시급하게 당·정·청이라도 의견을 받아봤으면 좋겠다, 그런 말씀이 있어서 말씀을 올린다"고 했다. 이 대표는 개각에 대해 발언할 때는 "뭐 으레 정치권에서 늘 나오는 얘기고 그렇긴 합니다만…"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인사권자인 대통령께서 다 판단하실 문제이긴 하지만 어쨌든 정치권의 건의를 드리자면", "탕평인사, 균형인사, 능력인사, 또 소수자에 대한 배려인사, 이런 데에 대해서도 늘 그렇게 해오셨지만"이라면서 "그런 부분도 조금 반영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린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이정현 새누리당 신임 대표가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새누리당 새 지도부 초청 오찬에서 악수하고 있다. 이날 오찬에는 정진석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 8명이 참석했다.

[박 대통령-이정현 대표 25분간 독대]

이 대표는 당·청(黨靑) 관계를 이야기할 때는 "언론에 많이 나오는 말씀을 좀 드리겠다"고 하면서 말을 이어갔다. 그는 "컴퓨터 시대에서 스마트폰 시대로 바뀌면서 사실 컴퓨터가 수직적인 체계라면 스마트폰은 수평 체계라고 하는데, 요즘 많은 책을 보면 수평적인 질서가 시대정신"이라며 "이런 말들이 있어서 우리 새누리당은 당 운영을 함에 있어서 이렇게 수평적인 그러한 질서를 많이 좀 하려고 할 생각"이라고 했다. 수평적 당·청 관계가 바람직하다는 말을 이렇게 돌려서 이야기한 것이다. 이 대표는 8·15 광복절 특사와 관련해서도 "국민이 관심이 참 많고, 민생경제 사범에 있어서는 좀 통 큰 사면이 있기를 국민이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 같은 건의에 박 대통령은 "여러 가지 말씀하신 것 참고를 잘하겠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은 식사 중 "경상도 분들이 '할머니 비켜주세요'를 석 자로 줄이면 뭐라고 하는지 아느냐"고 묻고, 참석자들이 답을 못하자 "'할매, 쫌!'이래요"라며 특유의 '썰렁 유머'를 선보이기도 했다.

오찬 후 이 대표는 박 대통령과 25분간 단둘이 만났다. 2014년 7월 김무성 전 대표가 청와대에 당선 인사를 갔을 때 5분간 독대한 것에 비하면 긴 시간이었다. 이 대표는 국회로 돌아와 이날 회동 내용을 직접 브리핑했다. 그는 독대 부분에 대해 "국정과 민생, 당 운영에 대한 제 복안을 말씀드렸고, 제일 중요한 결론으로 '자주 연락을 드리겠다'고 했고 대통령께서 기꺼이 '알았다'고 답해주셨다"고 했다. 이 대표는 김영란법 시행령과 관련한 박 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할 때는 "대통령께서 '해결이 필요한 문제'라고 하셨는데, 이 부분이 포인트"라고 했다. 당직자들 사이에서 "박근혜의 입으로 활동하던 시절의 이 대표를 보는 듯하다"는 말이 나왔다.

이 대표는 당 대표가 돼 박 대통령을 처음 만난 소회를 묻는 질문에 "박 대통령께 정치인으로서 본받고 싶은 것은 국가와 국민 말고 다른 걸 생각하시는 게 있을까 싶을 정도로 거기에 전념하는 것과 정책이나 관심의 일관성인데,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고 느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찬에서 리우올림픽에 출전한 펜싱 박상영 선수가 역전 우승한 사실을 언급하며 "13대9라는 상당히 밀려 있는 그런 급한 상황에서도 그 선수가 '할 수 있어! 할 수 있어!' 이렇게 되뇌면서 용기를 가지고 도전해서 금메달을 따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국민도 상당히 감동을 받았을 것"이라며 "우리나라에 가장 필요한 정신이 '할 수 있다' 하는 마음가짐"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자기를 비하하는 마음으로는 뭐가 될 수가 없다. 우리 지도부부터 신념과 의지를 가지고 국민께 힘을 내시도록 이끌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새누리당에서는 "지금은 상황이 어렵지만 내년 대선에서 반드시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자는 당부"라는 해석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