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서, 특히 재즈에서는 연주되지 않은 소리를 들어야 할 때가 있다. 다음 선율이 어떻게 이어질지, 어떤 리듬이 튀어나올지 상상하도록 하는 것은 바로 지금 들리지 않는 소리이다. 전설적인 재즈 뮤지션 마일스 데이비스(1926∼1991)의 전기 영화 '마일스'는 주인공의 일대기 대신 그가 들려주지 않았던 소리를 다룬다. 197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트럼펫을 입에 대지도 않았던 시기에 집중한다.
롤링스톤즈 기자 데이브 브래든(이완 맥그리거)은 5년 동안 음악 활동을 하지 않은 마일스 데이비스(돈 치들)의 숨겨진 미발표 앨범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특종을 하기 위해 그의 집에 찾아갔지만, 그 앨범은 도둑을 맞고, 두 사람은 함께 이를 찾아 나선다. 이 와중에 데이비스는 끊임없이 마약을 갈구하고 전(前) 아내인 프랜시스 테일러(이마야치 코리닐디)를 떠올린다.
영화 도입부에서 마일스 데이비스는 "나는 쌍둥이자리라 안에 두 사람이 있다. 양면적인 성격을 타고났다"고 말한다. 그는 프랜시스 테일러를 사랑하면서 외도를 했고, 폭력적인 마약 중독자였지만 성실한 천재이기도 했다. 마일스 데이비스를 연기한 돈 치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드러나게 되는 그의 다양한 면모를 탁월하게 표현해낸다. 이 영화의 연출과 시나리오도 맡은 치들은 약 8년간 트럼펫 레슨을 받았으며, 마일스의 연주 호흡과 표정 등을 익혀서 대역 없이 트럼펫 연주 장면을 연기했다.
재즈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거나 마일스 데이비스란 이름에 귀를 곤두세우는 이라면 OST 때문에라도 봐야 할 영화다. 돈 치들의 연기에 입혀진 마일스 데이비스의 음악을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영화 표값이 아깝지 않다. 음악을 담당한 로버트 글래스퍼와 돈 치들은 마일스 데이비스의 11곡을 사용하면서 6곡을 퓨전재즈 시대에서 선택했고, 5곡의 창작곡도 추가했다. 특히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허비 행콕, 웨인 쇼터 등 마일스 데이비스와 함께 음악을 했던 아티스트들은 물론 에스페란자 스팔딩, 게리 클라크 주니어 등이 함께 라이브 연주를 하는 장면은 놓쳐선 안 된다.
원제 'Miles Ahead'. 10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