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파카바나 해변은 어쩌면 가장 브라질다운, 가장 리우데자네이루 같은 모습이 펼쳐지는 곳이다. 모래사장에 누워 일광욕을 즐기며 웃고 떠드는 '카리오카(리우 시민을 뜻하는 말)'들을 지나 걷다 보니 리우올림픽 비치발리볼 경기장인 비치발리볼 아레나가 나타났다.
그곳은 작은 코파카바나였다. 경기장에선 쉴 새 없이 삼바 음악이 흘러나왔고, 관중은 자연스레 리듬에 몸을 맡겼다. 축제의 분위기에서 늘씬한 몸매와 구릿빛 피부를 뽐내는 남녀 선수들이 하얀 모래밭에 몸을 던지고 또 던졌다.
9일(현지 시각)의 메인 이벤트는 브라질과 미국 여자팀의 맞대결이었다. 브라질은 비치발리볼이 처음 도입된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여자팀이 우승했지만, 이후 한 번도 정상에 서지 못했다. 2004년부터는 미국의 케리 월시 제닝스와 미스티 메이트레이너가 올림픽 3연패(連覇)의 금자탑을 쌓았다. 메이트레이너가 런던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하면서 월시는 이번 리우올림픽에서 새로운 파트너인 에이프릴 로스와 함께 4연속 금메달에 도전한다. 월시·로스 조는 현재 세계 랭킹 3위이다. 이들을 제치고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팀이 바로 이날 출전한 브라질의 라리사·탈리타 조이다.
라리사·탈리타 조는 이날 또 다른 미국 조인 펜드릭·스웨트 조와 맞붙었다. 비치발리볼은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인기 종목이 될 것이란 기대와 달리 대회 초반 관중석이 텅텅 비었다. AP통신은 "미국 TV 시청자를 고려한 나머지 너무 늦은 시간에 경기가 펼쳐져 관중 동원에 애를 먹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미국의 월시·로스 조는 전날 자정에 경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홈팀이 나선 이날 오후 비치발리볼 아레나엔 1만여 명의 팬이 모여 열광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들이 파도타기를 하자 관중석 곳곳에서 노란 물결이 일렁거렸다. 노란 축구 대표팀 유니폼은 이번 올림픽 동안 리우 시민들의 일상복으로 자리 잡았다.
경기장을 찾은 브라질 여성 팬 안드레사는 "브라질 남자 축구가 연일 졸전을 펼치는 바람에 비치발리볼과 배구에 대한 관심이 더욱 뜨거워졌다"고 말했다.
"지카! 지카!"
미국 팀이 서브를 하는 순간 브라질 홈 팬들의 야유가 쏟아졌다. 미국 여자 축구 골키퍼인 호프 솔로가 지카 바이러스를 걱정한다며 방충망을 덧씌운 모자에 살충제를 든 '셀카'를 SNS에 올린 뒤 브라질 팬들은 미국 경기 때마다 "지카!"를 외치며 야유를 퍼붓고 있다.
라리사와 탈리타 조는 한 수 위 기량을 과시하며 미국 팀을 2대0으로 요리했다. 신나는 음악에 곁들여진 DJ의 쉴 새 없는 추임새에 흥겨워진 분위기는 브라질 팀이 1세트를 이기자 절정에 달했다. 이번엔 가수가 직접 등장해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불렀다. 때맞춰 관중석에선 화려한 치장을 한 무희들이 삼바 춤을 추며 분위기를 돋웠다. 브라질 팬들의 '떼창'을 듣다 보니 이곳이 공연장인지, 경기장인지 헷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