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포크라테스는 많은 질병은 독소로부터 온다고 말했다. 해독 주스, 마녀 수프, 디톡스 스무디, 파인애플 식초 등 현대인들이 독소 배출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올여름 여성들의 손엔 '디톡스 워터'가 들렸다. 물이나 탄산수 등에 과일, 채소, 허브를 담아 우려낸 것. 이를 텀블러나 물병에 담아 휴대하면서 먹는 이들은 재료의 맛과 향이 은은하게 배어나 기분까지 좋아지고, 물의 '식감'이 어느 음료와 비교되지 않을 만큼 맛있다고 입을 모은다. 디톡스 워터의 대표 재료는 레몬. 수용성 식이섬유와 펙틴이 함유돼 장의 활동을 촉진한다. 사과·오이는 칼륨이 풍부해 부기 해소에 도움을 준다. 올여름 대유행인 디톡스 워터의 진실과 물로 디톡스 하는 방법을 알아봤다.
강남 파이낸스센터 내 도시락 카페 '스노우폭스'. 점심시간이 되자 젊은 여성들이 몰려와 오묘한 색깔의 물을 벌컥벌컥 마신다. 물의 정체는 딸기·사과·오렌지에 로즈힙·애플민트·블루베리·라즈베리·레몬 등을 섞은 디톡스 워터(4900원). 김단우 홍보팀장은 "매장에서 직접 만든 디톡스 워터는 오전 11시 출고되는데 줄 서서 기다렸다 구입해가는 회사원이 많다"고 전했다.
맛있고 예뻐서 마시는 디톡스 워터
올여름 디톡스 워터를 즐기는 인구가 크게 늘었다. 커피 대신 디톡스 워터가 담긴 물병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심심찮게 목격된다. 회사원 이주선씨도 그중 한 명. 레몬과 오렌지 등을 넣은 디톡스 워터를 물병에 담아 출근할 때 챙겨 나온다. 이씨는 "여름에 물을 많이 마시다 보니 거북한 감이 있었는데 내 입맛에 맞는 물을 직접 만들어 마시니 주스나 음료 등을 마시지 않게 돼 저절로 다이어트가 된다"고 했다. 디톡스 워터로 효과를 봤다는 사람도 많다. 디톡스 워터 마니아 김유미씨는 "평소 물을 잘 마시지 않았는데 디톡스 워터를 먹으면서 물이 이렇게 맛있게 느껴지기는 처음"이라며 "변비도 사라졌다"고 했다. 입문자라면 물이나 탄산수에 레몬·사과·오렌지 등의 과일 ½개를 얇게 썰어 넣은 디톡스 워터로 하루를 시작하면 좋다. 500mL 물병 기준으로 한 병을 다 마셨다면 세 번 정도 물을 부어 리필해서 먹을 수 있다. 500mL 물병 기준 디톡스 워터는 하루 네 번 마시는 게 좋다. 디톡스 워터에 어느 정도 적응됐다면 과일 넣은 물에 오이·시나몬 등 채소·허브를 곁들여서 마셔볼 것. 오이·시나몬은 다소 떫고 비린 맛을 느낄 수 있어 입문자는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디톡스 워터 고급자라면 맛있게 마실 수 있다.
단, 제조 후 24시간 이내에 마셔야 한다. 과일·채소 등을 물에 담근 채 하루가 지나거나 더운 곳에 놔두면 세균이 증식·부패하기 때문이다. '물로 10년 더 건강하게 사는 법'을 쓴 이승남 강남베스트의원 원장은 "디톡스 워터는 맛과 색깔이 있어 밋밋한 맹물보다 자주 마시게 되지만 디톡스 워터에 들어가는 과일·채소의 영양소가 현저히 적고, 모든 영양소가 녹아드는 게 아니기 때문에 독소 배출까지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물을 많이 마시면 피부 미용과 몸속 노폐물 제거에 도움 된다.
빙하수, 해양심층수… 물도 골라 마신다
디톡스 워터뿐 아니라 물 자체도 골라 마신다. 회사원 윤희정씨는 점심때가 되면 도곡동 회사 근처에 있는 롯데프리미엄푸드마켓 내 워터바를 찾는다. 안전하고 맛있는 물을 마시기 위해서다. 롯데프리미엄푸드마켓 도곡점 워터바에서는 13개국 60여 종의 프리미엄 워터를 판매한다. 밥 한 끼에 해당하는 가격의 물도 있고, 미네랄이 풍부한 노르웨이의 빙하수 '이즈브레', 오스트리아 알프스 산기슭에서 채취한 미네랄이 함유된 스파클링워터 '몬테스', 영·유아를 위한 오스트리아의 '와일드알프 베이비워터' 등이 진열돼 있다. 커뮤니케이션팀 최현주 매니저는 "깨끗한 물 마시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데다, 해외여행 증가로 프리미엄 생수를 접한 이들이 늘면서 우수한 수원지에서 취수한 생수와 탄산수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기 생수로는 세르비아의 미네랄워터 '보다보다', 캐나다 빙하수 '캐나다 아이스'가 꼽힌다. 탄산수로는 독일의 '게롤슈타이너 스프루델', 노르웨이 천연 암반수로 만든 '보스'가 잘 팔린다. 보스는 캘빈클라인 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닐 크라프트가 병 디자인에 참여했다. 주부 권수연씨는 이탈리아 지하 용천수 '아쿠아파나'를 꺼내 들었다. "집에선 삼다수를 먹지만 물을 사 먹어야 할 때면 아쿠아파나를 먹어요. '보스'는 맛있지만 비싸고, 아쿠아파나는 가성비가 좋아 미국에서 거주할 때부터 즐겨 찾았죠."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도 워터바가 있다. 1650년 루이14세가 즐겨 마셨다는 프랑스 천연 탄산수 '샤텔동'을 비롯해 호주 블루마운틴 지역의 석회동굴에서 생성되는 알칼리수 '알카라이프', 아이슬란드의 알칼리 빙하수 '아이슬랜딕 글래시얼' 등 60여 종의 생수와 탄산수를 판매한다. 워터바에서 레몬·자몽에 코코넛워터·페리에·게롤슈타이너 중 한 가지를 선택하면 그 자리에서 직접 레몬·자몽에이드(3500~5500원)를 만들어주는 코너도 마련돼 있다. 이제훈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워터소믈리에는 "해양 심층수는 오염 물질이 적고 지하 암반수보다 미네랄 함유량이 2~3배 높다"며 "전 세계적으로 인기인 아이스 빙하수는 불순물이 거의 없고 활성수소가 풍부하며 인체 내 이로운 천연 육각수 구조라 물맛이 좋다"고 말했다.
韓食엔 암반수·심층수… 스테이크는 탄산수와 '찰떡궁합'
물과 음식에도 궁합이 있을까? 물과 음식의 마리아주(mariage)는 탄산화의 정도, 미네랄 함유량, pH지수에 따라 달라진다.
▲한식엔 칼슘과 마그네슘이 적은 부드러운 물(연수)을 추천한다.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화산 암반수, 지하 용천수, 해양 심층수 등이 연수에 해당된다. 냉면과도 잘 맞는다.
▲대부분의 서양식은 한식에 비해 질기거나 딱딱하므로 칼슘과 마그네슘 함량이 높은 센물(경수)과 조화를 이룬다. 하지만 파스타는 이탈리아에서 생산되는 연수 '수르지바'를 추천한다. 부드러운 빙하수로 자극이 없고 파스타의 식감을 살려준다.
▲전채 요리를 먹는다면 탄산의 강도가 높은 '페리에'와 '초정탄산수'를 추천한다. 입맛을 돋우는 데 탁월하고, 생선이 함유된 전채 요리의 비릿한 맛을 잡아준다. 생선 요리를 즐긴다면 하와이의 해양 심층수 '마할로'와 캐나다 빙하수 '휘슬러'가 어울린다.
▲치킨에 맥주나 탄산음료가 아닌 물을 곁들일 수도 있다. 흰살 육류에 양념을 입힌 치킨은 너무 센물이나 부드러운 물보다 가벼운 탄산수인 라이트 워터가 제격. 영국의 탄산수 '하이랜드 스프링 스파클링 워터', 독일의 프리미엄 생수 '셀쳐 라이트'가 알맞다.
▲스테이크엔 고기의 육즙과 단백질을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탄산수가 필수다. '게롤슈타이너' '산펠레그리노'를 추천한다. 게롤슈타이너의 경우 미세한 솔잎향과 박하향이 느끼한 잡내를 잡아준다. 산펠레그리노는 미슐랭 선정 레스토랑들이 가장 선호하는 천연 탄산수다. 부드러운 기포로 목 넘김이 좋다.
도움말=고재윤 경희대 외식경영학과 교수·이제훈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워터소믈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