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24·토트넘)은 2011 아시안컵부터 2015 아시안컵까지 내리 국가대표 축구팀 막내였다. 19세이던 2011 카타르 아시안컵 당시 대선배이자 수퍼 스타인 박지성(35)과 방을 함께 썼던 손흥민은 2014 브라질월드컵 때는 '톰과 제리'로 불리며 형제처럼 가까웠던 김신욱(28)과 룸메이트가 됐다. 2015 호주 아시안컵에선 동갑내기 친구인 김진수(24)와 같은 방을 썼다.
늘 막내였던 손흥민은 23세 이하 대표팀이 출전하는 이번 리우올림픽에선 와일드카드(24세 이상)로 엄연한 고참이 됐다. 그리고 '방장(房長)'의 영예도 안았다. 손흥민 방의 '방졸(房卒)'은 다름 아닌 신태용호의 막내 황희찬(20·잘츠부르크)이다.
한국은 8일(이하 한국 시각) 열린 독일과의 남자 축구 C조 조별 리그 2차전에서 손흥민·황희찬 콤비의 활약에 힘입어 3대3 무승부를 기록했다. 한국이 올림픽을 포함한 FIFA 주관 세계 대회에서 독일을 상대로 3골을 넣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체 A매치로 범위를 넓혀 보면 2004년 12월 부산에서 열린 평가전에서 김동진·이동국·조재진의 연속 골로 한국이 올리버 칸이 버틴 독일에 3대1로 승리한 일이 있었다.
저돌적인 돌파가 트레이드 마크인 황희찬은 경기 초반부터 활발히 움직이며 기회를 노렸다. 전반 24분 황희찬은 코너킥 상황에서 흘러나온 공을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황희찬은 동료와 함께 송주훈의 유니폼을 높이 드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수비수 송주훈은 올림픽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지만 부상으로 낙마했다. 황희찬은 이어 손흥민과 함께 TV 힙합 경연 프로그램 '쇼미더머니'에 나오는 춤을 함께 췄다. 황희찬은 "흥민이 형과 같은 방을 쓰면서 세리머니를 만들었다"며 "둘 다 힙합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독일의 반격도 매서웠다. 전반 31분 세르주 나브리, 후반 7분 다비드 젤케의 연속 골로 승부는 뒤집혔다. 위기의 순간 방장과 방졸이 절묘한 호흡을 보였다. 후반 12분 골키퍼 김동준의 긴 킥에 손흥민이 발을 갖다 댄 것이 황희찬을 향했고, 황희찬이 다시 내준 공을 몰고 간 손흥민은 골키퍼 가랑이 사이로 슛을 차 동점을 만들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한국은 후반 42분 석현준이 역전 골을 터뜨렸다. 새벽을 밝힌 국내 축구 팬들이 이미 8강에 오른 것처럼 기뻐하던 순간 나브리가 추가 시간 프리킥 동점 골을 기록하며 숨 가빴던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다 잡은 승리를 놓친 아쉬움은 컸지만, 신태용호의 공격 축구는 한국 축구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화끈한 난타전을 연출했다. 불안한 수비는 숙제로 남았다. FIFA 홈페이지는 '한국―독일전은 6골짜리 스릴러(six-goal-thriller)'라고 전했다. 네티즌들은 '2002년 월드컵 이후 역대급 경기' '새벽잠이 다 달아났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손흥민은 경기 후 "독일에 3골을 넣은 것은 자랑스럽지만 마지막 1분을 버티지 못해 너무 아쉽다"고 했다. 손흥민은 이날 황희찬 등 동료와 좋은 호흡을 보이며 그동안 제기된 조직력에 대한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황희찬은 "유럽 무대를 주름잡는 손흥민 형의 존재는 우리 후배들이 자신감을 갖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재능 있는 후배 선수들과 함께 공을 차서 매우 행복하고 재미있다"며 "멕시코와의 3차전(11일 오전 4시)에서도 이 느낌을 이어가 승리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