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립스틱, 짙은 속눈썹, 화려한 액세서리로 무장한 여성 선수들이 리우올림픽에서 주목받고 있다. 속도나 힘으로 승부하는 스포츠 세계의 이면에서 강력한 무기인 '화장술'을 다듬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의 여자 축구 대표팀 선수 알리 크리거는 경기 시각이 다가오면 마스카라를 짙게 발라 속눈썹을 풍성하게 만든다. 그는 이를 '전쟁 페인트(war paint)'라고 부른다. 바르면 전투 의지가 높아지는 특별한 무기라는 것이다. "내가 예뻐 보이면 기분이 좋아지죠. 정신력이 강해진 상태에서 경기를 할 수 있어요." 미국 체조 대표팀 주장 알렉산드라 라이즈먼은 눈가에 색칠하는 아이라이너를 애용한다. 이런 화장이 자신감을 높여 준다고 한다.
여자 1500m 육상 경기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빨간 입술을 가진 선수가 있다면 미국의 섀넌 로버리일 것이다. 그는 "립스틱을 칠하면 나는 더 강하고, 용기 있는 사람이 된다"며 "경기 전 립스틱을 바르면 나는 행복해진다"고 강조했다.
외모를 변화시키는 것은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이기도 하다. 여자 양궁 세계 랭킹 2위인 탄야팅(대만)은 자국 매체 차이나타임스 인터뷰에서 "런던올림픽에서 일찍 탈락한 뒤 우울감을 떨치기 위해 머리를 기르고 네일아트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머리를 길러 조금 더 '전투적'인 외모를 만들고, 네일아트를 통해 마음을 다스렸다는 것이다. 그는 "리우올림픽 기간에는 화살이나 과녁 모양의 네일아트를 시도해볼 생각"이라고 했다. 리우 양궁장의 기보배 역시 손톱 끝에 하얀 매니큐어를 바르고, 반지와 팔찌를 여러 개 겹쳐 손을 치장한 모습이다.
독특한 스타일은 선수의 주목도를 높여준다. '여자 우사인 볼트'로 불리는 자메이카의 육상 선수 셸리앤 프레이저 프라이스는 작년 베이징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초록색으로 염색한 머리카락을 레게 스타일로 땋아 묶고, 머리엔 노란 해바라기 꽃장식을 달아 화제가 됐다. 화려한 헤어스타일로 주목받은 그는 자메이카 킹스턴에 미용실도 차렸다. 자메이카 육상 대표팀 공식 SNS에는 머리카락의 절반은 노란색, 절반은 초록색으로 염색한 그의 사진과 함께 '셸리앤 프레이저 프라이스가 금색으로 염색하고, 크게 한 방 날릴 것'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화장과 의상은 경기의 일부분이기도 하다. 리듬체조 사상 첫 올림픽 메달에 도전하는 손연재가 어떤 화장, 어떤 의상으로 나타날지도 관심사다. 피겨스케이팅, 리듬체조, 싱크로나이즈드 등은 안무와 어울리는 의상과 화장도 경기를 구성하는 요소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람들은 뛰어난 외모를 가지면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고 우위에 설 수 있다고 믿는다"며 "선수들의 화장은 단순히 예쁘게 꾸미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강해질 수 있다'는 최면을 거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배구 국가대표 김연경 선수는 "많은 여자 선수가 예뻐 보이기보다는 자신감을 얻고, 지치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 위해 화장을 한다"며 "아직까지는 우리나라보다 외국 선수들의 화장이 좀 더 화려한 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