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북핵과 미사일 방어를 위해 사드 배치를 추진 중인 한국을 연일 협박·비난하면서, 원인을 제공한 북한의 미사일 도발 행위에 대해서는 "한·미의 사드 배치 압박에 따른 것"이라는 식으로 두둔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도발 당사자인 북한을 감싸고 도는 중국의 이 같은 행태는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당시 북한 소행임을 입증하는 증거를 보고도 이를 무시하면서 북한을 옹호하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외교부는 4일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한 입장을 묻는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의 질의에 "현재 상황 속에서 모든 당사자는 이 지역의 긴장을 높이거나 서로를 도발하는 행위를 피해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비난한다는 내용은 없었다. 중국 관영 CCTV 등 주요 관영 매체들도 국내외 전문가를 인용해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한·미의 사드 배치 추진에 따른 압박감이 원인"이라며 "사드 배치는 북한 입장에서는 국가 안보에 엄중한 위협이 될 것"이라며 북한의 도발을 두둔하고 합리화하는 행태를 보였다.

[사드 (THAAD)란?]

중국은 3일(현지 시각) 유엔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 비공개 회의에서도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한 안보리 차원의 비판 성명 채택을 무산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4시부터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긴급회의는 북한의 거듭되는 도발을 비난하는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그러나 회의 후 15개 이사국은 합치된 성명을 채택, 발표하지 않았다. 중국이 즉각적인 성명 채택을 주장하는 미국에 맞서 "북한 미사일 문제는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바람에 성명 채택이 무산됐다는 것이다. 결국 한국, 미국, 일본 등 3개국 유엔대사만 회의 후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의 도발을 규탄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사드 배치에 대해서는 중국 관영 매체들이 나서서 포기 종용과 협박을 계속했다. 전날 박근혜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사드 포기를 요구했던 인민일보는 4일자에서도 반(反)사드 사설을 게재했다. 5일 연속으로 반사드 사설·칼럼을 게재한 것이다. 인민일보는 "한·미가 중·러의 엄중한 경고에 담긴 깊은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결국 사드를 배치한다면 그 안하무인의 뒷감당을 해야 할 것"이며 "국제 정세의 안정을 파괴한 데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영 중국망 왕샤오후이(王曉輝) 편집장은 '한국이 잘못 둔 한 수가 자신과 지역 전체를 위험에 빠뜨린다'는 제목의 평론에서 "사드 배치는 한·중 양국 우호에 큰 상처를 입혀 경제 교류와 무역과 관광 분야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왕 편집장은 또 "사드 배치는 한국이 자신의 마당에 화약통을 두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한국 국민이 고대해온 '국민 행복 시대'는 '국민 고통 시대'로 바뀔 수 있다"고 협박했다.

중국의 이 같은 모습에 대해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지금의 상황은 북한이 천안함 격침 사건을 일으킨 2010년 상황을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당시 중국은 한국이 민관 합동 국제 조사를 통해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명확한 증거를 제시했음에도, 끝까지 북한의 소행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은 채 "유관 당사국이 냉정과 절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가해자 두둔' 논란을 일으켰다.

우리 정부는 중국 관영매체들의 압박에 대해 "사드가 중국의 안보 이익을 해친다는 일방적인 주장을 하는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한 당국자는 "사드 배치 결정의 근본적 원인은 북한의 점증하는 핵·미사일 위협"이라며 "이는 우리 국민의 생존을 비롯해 중국을 포함한 지역의 평화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인민일보는 사드 배치가 아니라 핵·미사일 개발을 고집하는 북한에 대한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