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수당이란 무엇인가]

서울시가 3일 서울시 거주 청년 2800여명에게 1인당 청년수당(청년 활동 지원 사업) 50만원씩 14억여원을 지급했다. 서울시는 이날 대상자를 선정해 발표하는 것과 동시에 기습적으로 현금을 나눠줬다.

보건복지부는 서울시 발표 직후 "청년의 어려운 현실을 이용해 그들의 환심을 사고자 하는 '복지 포퓰리즘' 정책은 절대 용인할 수 없다"고 했다. 복지부는 서울시 측에 4일 오전 9시까지 청년수당 지급을 취소할 것을 요구하면서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즉시 '직권 취소' 처분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시는 "복지부가 4일 직권 취소 처분을 내리면 결국 사법부에서 결판을 지을 수밖에 없다"며 대법원에 제소하겠다고 나섰다.

서울시의 '청년수당' 사업은 서울에 1년 이상 거주한 만 19~29세 청년 가운데 주(週) 근무시간 30시간 미만인 청년들을 선발해 매달 50만원씩 최대 6개월간 줘 구직 활동에 도움을 주겠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올해 예산 90억원을 들여 청년 3000명을 대상으로 시작해 이후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야권의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박원순 서울시장은 청년수당 문제에서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밝혀 왔다.

서울시는 지난달 4일부터 12일간 청년수당 신청을 받았다. 대상자의 2배 넘는 6309명이 몰렸다. 서울시는 지난달 29일 가구 소득(건강보험료 기준) 50%, 미취업 기간 50%를 비교하고 부양가족 수에 따라 가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청년수당을 받을 최종 대상자 3000명을 선정했다. 국무회의 하루 전인 지난 1일엔 3000명 중 약정서에 동의한 2831명에게 수당을 지급하기로 확정했다.

이런 상태에서 박원순 시장은 지난 2일 국무회의에 참석해 정진엽 복지부 장관 등과 공개적으로 논박을 벌였다. 정 장관이 "청년들이 현금 지원을 받으면 구직 활동이 아닌 개인 활동에 사용하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한다"고 하자 박 시장은 "복지부와 긴 협의 끝에 실무자 선에서 사업을 진행하기로 합의한 사항이었다"고 맞섰다. 박 시장은 국무회의가 끝나고서 "절벽을 마주한 느낌이다. 답답함과 불통의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박 시장은 국무회의 다음 날인 3일 대상자 선정 발표와 함께 청년수당 14억1550만원을 기습적으로 지급하는 강수를 꺼내 들었다. 이런 박 시장의 움직임에 대해 복지부는 '허를 찔렸다'며 당황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복지부는 당초 서울시가 대상자를 선정해 발표하면 시정 명령과 직권 취소를 연이어 내려 청년수당 지급을 원천 봉쇄한다는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금으로 수당 지급

청년수당 사업의 핵심 쟁점은 사업 대상 청년에게 직접 현금을 주는 지급 방식이다. 서울시는 원래 현금 대신 '클린 카드(유흥업소 등에서 사용할 수 없는 카드)' 형식으로 수당을 지급한다고 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4·13 총선 직전인 지난 4월 11일 현금이나 다름없는 체크카드로 지급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그런 서울시가 3일엔 아예 대상자들의 은행 계좌에 직접 현금을 입금했다. 전효관 서울시 서울혁신기획관은 "수당 사용 명세를 관리·감독해야 한다는 복지부 지적에 따라 현금을 지급하고 사후에 영수증을 받아 부당하게 사용한 돈은 환수 조치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무분별한 현금 살포 행위가 현실화됐다"며 "청년의 어려운 현실을 이용해 그들의 환심을 사려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청년 구직 사다리 정책" 대 "복지 포퓰리즘"

박 시장은 국무회의가 열린 2일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에 "청년들 앞에 끝없이 높아지는 고용 절벽 앞에 작은 사다리 하나를 놓아주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다른 지자체도 선심성 정책을 양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올해 서울시 사회복지 예산(8조3452억원)의 0.1%에 불과한 90억원으로 청년 구직에 사다리를 놓겠다는 것은 내년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박 시장이 청년 표심을 잡기 위해 고안한 전형적인 생색내기 정책이란 비판도 나오고 있다.

대법원으로 넘어가는 청년수당

복지부가 청년수당 사업에 대해 직권 취소를 하면 서울시는 일단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 그러나 서울시는 복지부가 청년수당 사업에 대해 직권 취소를 하면 이 문제를 법정으로 끌고 갈 작정이다. 서울시는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함과 동시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함께 낼 방침이다. 지방자치법에 따라 지자체장은 취소·정지 처분에 이의가 있다면 처분을 통보받은 지 15일 이내에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사업은 본안 판결이 나올 때까지 중단되게 된다. 이 경우 청년 2800여 명에게 지급된 돈을 환수하는 과정에서 혼선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