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도 세종시로" 불붙은 논쟁]

정부 부처들이 세종시로 옮겨간 지 5년이 지나면서 관료 사회의 무기력증이 만연해진 현실이 본지 기획보도로 생생하게 알려졌다. 각 부처 간부들이 국회나 청와대에 불려다니느라 서울에 머무는 까닭에 실무자들이 일을 배우긴커녕 상사 얼굴마저 한 달에 한두 차례 보는 게 전부라고 한다.

책임자가 없어 공무원들이 근무시간에 인터넷 쇼핑을 하거나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수두룩하고, 목요일만 되면 공무원들이 주말을 서울에서 지내려 귀경하는 바람에 세종청사 전체가 파장 분위기로 바뀌기 일쑤다. 엘리트 사무관들이 "세상과 동떨어져 바보가 되는 것 같다"고 자조한다니 충격적인 일이다. 세종시가 세상과 동떨어진 '외딴 섬'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만 것이다.

아무리 민간기업의 경쟁력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국가 운용의 기본 방향을 세우고 중심을 잡아나가야 하는 임무는 정부 관료들의 몫이다. 세종시 관료 사회가 고립되는 현실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국경 없는 글로벌 경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관료와 정부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나라는 결코 흥할 수 없다.

이제 와서 세종시 이전을 뒤집을 수 없다면 그 부작용을 막고 공무원들의 사기를 북돋울 수 있는 대안을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 가장 시급한 것이 정부와 국회의 관계를 재설정하는 것이다. 장차관은 서울에, 간부들은 길 위에, 실무자는 세종청사에 떨어져 있는 관료들의 현실은 관료들이 시도 때도 없이 국회에 불려다니기 때문에 발생한다. 영국은 국회에 총리와 장관들이 직접 나서 의원들 질의에 대답하는 대신 일반 공무원들이 출석하는 것 자체를 제한하고 있고, 호주는 공무원의 의회 출석을 1년에 한 달 이내로 못박고 있다. 우리도 각 부처 1급 이상 정무직 이외에는 국회 호출을 금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관료들 스스로 과거의 업무 방식을 근본부터 뜯어고쳐야 '행정 중심'이라는 세종시의 설립 취지를 살릴 수 있다. 지금처럼 온갖 규제를 움켜쥔 채 늦은 밤까지 일해야 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정부 스스로 과감히 규제를 없애 민원인들이 인허가를 풀려고 세종시를 찾는 일부터 줄여야 한다. 민원 처리 같은 기계적인 업무에서 손을 떼고 남는 시간에 창의적이고 전략적인 정책 구상에 전념한다면 공무원들 업무 성과는 물론 사기도 함께 올라갈 것이다.

관료에 대한 평가 방식도 성과 중심으로 바꾸고 능력만 있으면 억대 연봉과 파격적인 승진 기회를 보장해 기를 살려줘야 한다. 그래야 유능한 인재가 일이 적은 부처를 찾아 안주하고 책임질 일은 피하는 보신주의 행태가 사라질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공무원 숫자를 줄이면서 처우는 개선해 소수 정예화하는 방안도 추진해야 한다. 세종시에 갇힌 관료 집단을 이대로 방치해선 나라의 미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