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度 넘어선 사드 협박]

북한이 3일 노동미사일 2발을 동해로 발사해 그중 한 발이 1000㎞를 날아가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 떨어졌다. 북은 올 들어서만 스커드·노동·무수단 등 미사일 수십 발을 발사했다. 노동미사일은 부산항 등 유사시 미군의 증원 전력이 들어오는 주요 시설과 주일 미군 기지를 타격하기 위한 수단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 군은 물론이고 주한 미군도 노동미사일을 요격할 확실한 방어 수단이 없다. 그래서 들여올 수밖에 없는 게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사드)다.

외부의 군사적 위협은 일단 군사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만 한다. 외교적 대응은 그다음이다. 군사적 대응이 되지 않는 외교적 대응이란 존재할 수 없으며 말장난이거나 굴욕적 협상일 뿐이다. 그런데 최근 국내 일각에선 대중(對中) 관계만을 맹목적으로 내세우면서 북핵 미사일에 군사적으로 대응하는 조치는 완전히 도외시하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중국은 사드 레이더가 자국의 미사일을 탐지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국에 배치되는 사드 레이더는 전진 배치형이 아닌 종말 단계로 북한 국경을 넘는 중국 지역은 극히 일부만 탐지될 뿐이다. 이는 주목적이 아니라 부수적 결과이지만 중국은 이를 믿으려 하지 않는다.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충돌하고 있는 미·중 간에 근본적 불신이 존재하고, 그에 따라 중국이 사드를 자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믿기로 작정한 이상 우리가 설득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중국엔 중국의 이익이 있다면 우리에겐 북핵 미사일을 막아야 하는 우리의 사활적(死活的) 이익이 있다. 지금 일부 국내 인사 눈에는 우리 국익이 아니라 중국의 이익이 먼저, 그리고 크게 보이고 있다.

중국의 전략은 거의 드러나고 있다. 우선 한국 내에서 일고 있는 사드 반대론을 최대한 증폭시켜 남남 갈등을 키우고, 적당한 시기에 보복 조치를 내밀어 한국 내 반대론에 힘을 실어주려는 것이다. 이 전략에 노무현 정권 청와대 비서관, 현직 대학교수가 동원되더니 3일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중국 공산당 선전 기관인 신화사 인터뷰에서 우리 정부를 맹비난했다. 그는 "사드는 한국의 필요가 아니라 미국의 필요와 이익에 따라 배치되는 것"이라며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이 날로 강경해지면서 결국 미국의 동북아 전략의 함정에 빠져든 것"이라고 했다. 사드가 북핵용이 아니라는 말도 했다. 중국 주장과 똑같다. 사드는 우리 국토의 3분의 2를 방어하는데 어떻게 한국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는 우리가 북핵 미사일을 막기 위해 군사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유국가에서 누구든 다른 나라 매체에 자기 의견을 밝힐 수는 있다. 그러나 중국에는 자유 언론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가 공산당 산하 선전 기관이다. 사드와 같은 문제에서 한국인이 중국 매체에 중국 정부와 같은 견해를 말하는 것은 중국의 전략에 놀아나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모든 선전 기관을 동원해 한국을 향한 선전과 선동, 위협을 가하는 중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실명 비난하면서 미·중이 충돌할 때 한국을 '제1 타격 대상'이라고 협박했다.

지난 1일 국민의당과 정의당 지도부가 경북 성주에 가서 사드 반대를 외쳤다. '중국이 반대하기 때문'에 반대하는 야당들이 '전자파 괴담' 때문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이용한 것이다. 더민주당도 8월 말 전당대회가 끝나면 야권 전체가 사드 반대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이 당의 당대표 후보들은 모두 사드 반대 입장이다. 또 사드를 반대한다는 더민주당 초선 4명은 곧 중국을 방문한다고 한다. 중국의 나팔수를 하기로 작정한 듯하다. 지금까지 이들 입에서 북핵 미사일을 당장 어떻게 막을 것인지에 대해선 한마디도 들어본 적이 없다.

중국 편에 서서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측은 대부분 국내 정치적으로 현 정부에 반감을 가진 사람들이다. 아무리 정치적 원한이 깊다고 해도 국가의 명운이 걸린 안보 문제로 갈등 중인 외국 편에 쉽게 설 수 있는지 납득할 수 없다. 이들 중에는 빨리 중국이 뭔가 보복 조치 하기를 바라기라도 하는 듯이 말하는 사람들까지 있다. 정파가 국가를 앞서면 모두가 벼랑 끝에 서는 날이 빨리 다가올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