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현지 시각) 오후 2시 점심식사를 마친 한국 남녀 양궁 대표팀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삼보드로모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6명의 궁사 얼굴에선 긴장감을 찾아볼 수 없었다.

주변 풍경은 낯설었다. 일반적으로 선수들은 잔디 등이 깔려 있는 바닥 위에 서서 활을 쏘는데, 이곳엔 1m 정도 높이의 사대가 만들어져 있었다. 원래 이곳은 삼바 카니발이 열리는 곳이다. 땅이 울퉁불퉁하기 때문에 올림픽을 위해 불가피하게 사대를 따로 설치했다.

한식 먹고 활짝 - 세계 최강 한국 양궁 대표팀은 실력만큼이나 준비도 최강이다. 리우 현지에서 훈련 중인 대표팀의 장혜진(왼쪽)과 기보배(오른쪽)가 환하게 웃으며 사대로 향하는 모습. 대표팀은 캠핑카부터 식단까지 리우 금메달 조준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양궁 대표팀은 리우에서도‘밥심’을 유지하기 위해 별도로 마련한 캠핑카에 한국식 밥상을 차린다. 대표팀 식단을 재구성한 모습.

하지만 한국 선수들은 전혀 당황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양궁 대표팀은 이미 태릉선수촌에 삼보드로모 경기장과 비슷한 환경을 조성해 놓고 훈련을 해왔다. 주변에 외국 선수들만 없었다면 이곳이 태릉선수촌이라 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양궁 대표팀은 철저하게 올림픽을 준비해 왔다. 삼보드로모 경기장은 선수촌에서 30㎞ 넘게 떨어져 있고, 주변엔 한식당도 없다. 하지만 대표팀은 '튜닝 캠핑카'를 동원해 경기장 바로 옆 300m 지점에 '한식당'을 차려놓았다. 캠핑카에는 식당, 물리치료실, 샤워 시설까지 있다. 엄마의 손맛을 느끼기 위해 상파울루에 있는 한 한식당의 직원을 몽땅 고용해 리우로 데리고 왔다고 한다. 양궁 대표팀 문형철 총감독은 "리우가 한국 환경과 너무 달라 선수들이 최대한 안정감을 느끼도록 하려고 이런 방식을 생각해 냈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이날 점심식사도 갓 지은 밥과 된장찌개, 호박전, 참치김치볶음, 김, 닭날개로 했다.

양궁대표팀은 4년 전 런던올림픽 때는 선수촌과 경기장의 이동 거리가 한 시간 가까이 걸리자 경기 기간에는 아예 경기장 근처 호텔을 잡아 따로 숙식을 해결해 선수 체력 소모를 줄였다.

(왼쪽부터) [식당·물리치료실 갖춘 캠핑카] 양궁 대표팀이 경기장 인근에 마련한 캠핑카. 내부에 식당과 물리치료실, 샤워 시설이 있다. [쇼파·쿠션… 한숨 자고 갈까] 선수들이 편하게 쉴 수 있도록 만든 캠핑카 내부의 휴식 공간. [허리엔 전자 모기퇴치기] 지카 바이러스 예방을 위해 부착한 전자 모기퇴치 장치.

삼보드로모 경기장 주변은 치안이 좋지 않기로 악명 높다. 짧은 거리도 걸어서 다닐 수 없을 정도다. 대표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탄 처리된 차량 6대와 10명의 경호 요원도 고용했다. 경기장에서 '튜닝 캠핑카'까지 이동할 때도 경호 요원들이 대동한다. 이날 훈련에 나선 9개국 선수들은 한국 대표팀의 모습을 관찰하는 일이 잦았다. 멕시코 대표팀을 맡고 있는 한국 출신 이웅 감독은 "현재 객관적인 전력으로 한국은 전 종목 석권이 가능하다"며 "멕시코를 포함해 다른 모든 국가가 은메달을 놓고 겨루는 격"이라고 말했다. 대표팀 곁에서 북한의 강은주도 훈련했지만, 인터뷰에는 응하지 않았다. 북한 감독은 각오 한마디를 해달라는 요청에 "말할 거 없습네다"라며 손을 흔들었다.

[양궁 대표팀, IS 테러 해프닝]

양궁 대표팀은 리우에 도착하자마자 웃지 못할 해프닝을 겪었다. 전날 밤 일부 언론에서 국제 테러 감시단체의 발표를 인용해 "테러 단체인 이슬람국가(IS)가 리우올림픽에서 양궁 종목을 노리고 있다"고 보도한 것이다. 확인 결과 이는 '리우올림픽에서 석궁을 이용한 테러가 우려된다'는 내용이 잘못 전달된 것이었다. 문 총감독은 100여개에 달하는 염려 문자를 받았다고 한다. 문 총감독은 "선수들에게 큰 경기를 앞두고 사람들 관심이 쏠린 건 잘된 일이라고 말했다"며 "남은 기간 동안 철저하게 준비해 모두가 기대하는 성과를 올리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