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 연구기관인 조세재정연구원이 우리나라 근로자 가운데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면세자 비중이 48%로 영국(2.9%)의 16배가 넘는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우리나라 근로자 중 면세자 비율은 미국(35.8%), 캐나다(33.5%), 호주(25.1%)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다고 한다. 액수가 많든 적든 소득 있는 사람은 모두 세금을 내야 한다. 그게 민주 공동체의 존립 근거이고 우리 헌법도 당연히 그렇게 규정하고 있다.
우리 근로자 절반이 세금을 내지 않게 된 것은 3년 전 정부가 근로자들의 연말정산 방식을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 중심으로 바꾼 게 시작이었다. 당시 정부는 소득세 과표 3450만원이 넘는 근로자들의 세금 부담을 늘리겠다며 연말정산 방식 변경에 나섰다. "더 버는 사람에게 더 많은 세금을 물려 공약(公約) 실천의 재원으로 쓰겠다"는 명분이었지만 유리 지갑인 중산층 직장인들을 표적으로 한 증세라는 반발이 일었다. 놀란 정부는 증세안을 낸 지 불과 닷새 만에 세금을 더 걷는 기준을 소득세 과표 5500만원으로 높였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수정을 지시했고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이 일로 대국민 사과까지 했다.
졸속 증세 시도와 그에 이은 졸속 세법 개정의 결과는 곧장 면세자 폭증으로 나타났다. 2006년 47.6%였던 면세자는 2013년 32.4%까지 줄었지만 세법 개정 후 다시 48%까지 급증했다. 소득이 많을수록 세금을 더 내는 누진(累進) 구조인 소득세는 과세 방식을 바꾸려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소득 금액별로 세금이 얼마나 달라질지 세심히 검토하고 충분한 공개 토론도 거쳐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정부는 이런 절차들을 건너뛰어 버렸다. 숫자 많은 쪽이 아우성치자 옳고 그름이 뒷전으로 밀렸다. 정치 포퓰리즘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세법 개정안에 근로소득세 문제를 제대로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이 정권 임기는 이렇게 넘기고 문제를 바로잡는 건 다음 정권에 넘기려는 게 뻔히 보인다. 하지만 다음 정권 역시 표에 목을 매는 포퓰리즘 정부일 가능성이 있다. 비정상 세법은 좀처럼 바로잡히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