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웅·Books 팀장

서울 용산고 뒤편 해방촌 언덕에 '고요서사'라는 작은 서점이 있습니다. 작년 10월 문을 연 문학 중심 서점. '전문'이 아니라 '중심'입니다. 문학 위주지만, 문학 서적만 판매하는 건 아니라는 소박한 언어유희. 시인 박인환이 운영했던 서점 이름이 '마리서사'인데, 그 서점 제목에서 '서사(서점·책·이야기)'를, 그리고 독서가 주는 내면의 고요에서 '고요'를 가져와 이름을 지었다는군요.

최근 1~2년 동안 동네 작은 서점이 꽤 늘었습니다. 도서정가제로 대형 서점과 큰 출판사의 광폭 할인이 금지되자, 작은 서점의 숨통이 그나마 좀 트였기 때문인데요. 그래서인지 서점에 관한 책들도 자주 보입니다. 지난주에는 일본 진보초에서 50년 동안 서점을 지킨 시바타 신(85)의 인터뷰집 '시바타 신의 마지막 수업'(남해의봄날 刊), 이번 주에는 김중혁·금정연 두 작가가 8곳의 국내 작은 서점을 찾아가 인터뷰한 '탐방서점'(프로파간다 刊)이 눈에 띄네요.

주변에 서점이 늘어난 건 반가운 소식이지만, 알아둬야 할 전제가 있습니다. 여유와 낭만으로 작은 책방을 기대했다면, 그건 당신의 판타지라는 것. 피도 눈물도 없는 인터뷰어들은 서점 운영으로 얼마나 벌 수 있는지를 가혹하게 묻습니다. 주인들의 대답은 거의 예외가 없어요. 열심히 하면 월세와 행사 경비 정도는 가능, 하지만 인건비는 아직 턱도 없다는 것. 따라서 이들도 서점에 뼈를 묻겠다는 비장한 결의 같은 건 없습니다. 차라리 바람직한지도 모르죠. 천직이라는 중압감보다, 취향으로 연대한 유연한 징검다리. 자칫 무게에 짓눌려 무릎 꿇기보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작업실이자 플랫폼으로써 운영해야 덜 실망한다는 것이죠.

여행 전문 서점 '일단멈춤'(염리동), 예술가의 책을 주로 파는 'B-플랫폼'(합정동), 인문 중심 '책방 만일'(망원동) 등 자기만의 빛깔을 지닌 서점도 흥미로웠지만, 불광동과 망원동에 두 점포를 지닌 중형 서점 '한강문고'의 솔직한 목소리에 끌렸던 것도 그 때문일 겁니다. 수퍼 세 번 망한 자리에 서점을 차려 이제 10년 됐다는 한강문고는 취향과 대중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체험담이기도 하군요. 책을 좋아하고 창업으로써의 서점을 꿈꿨던 분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