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 감독은 포항의 얼굴이었다.
현역 시절 프로의 첫 단추를 포항에서 뀄다. 해외 진출 전까지 6시즌을 누볐다. 2011년 감독으로 재회했다. 눈물보다 미소가 더 넘쳤다. 포항에서 두 차례 FA컵 우승(2012, 2013년)과 한 차례 K리그 우승(2013년)을 일궈내며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그는 지난 연말 팬들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박수를 받을 때 떠났다. 재충전이 필요했다. 하지만 쉼표는 길지 않았다.
도전은 7개월 만에 다시 시작됐다. 최용수 감독이 중국 장쑤 쑤닝으로 떠나면서 FC서울은 유일한 대안으로 황 감독에게 러브콜을 보냈고, 손을 잡았다. 지난달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러나 시즌 중의 급작스런 변화와 주축 선수들의 징계와 부상 등 예기치 않은 변수가 발생하면서 혼란을 겪고 있다.
황 감독은 FA컵 4강을 견인했지만 K리그 6경기에선 1승1무4패에 그쳤다. 반전이 절실한 7월 마지막 날인 31일 서울이 다시 무대에 오른다. 운명의 장난이 얄궂다. 황 감독이 옛 제자들과 적으로 맞닥뜨린다. 서울은 이날 오후 7시 포항과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3라운드를 치른다.
올 시즌 서울은 포항과 두 차례 만나 2전 전패를 기록 중이다. 5월 8일과 6월 25일 각각 1대3, 1대2로 무릎을 꿇었다. 황 감독이 벤치에 없을 때라 분위기는 새롭다.
황 감독도 만감이 교차한다. 그는 결전을 앞둔 28일 경기도 구리 GS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친정팀을 이렇게 빨리 만날 지 생각을 못했다. 하지만 팀 사정이 좋지 않다. 감성적인 것을 접어두고 승리에 초첨을 맞추겠다.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이기는 가가 더 중요하다"며 "포항과는 언젠가는 만나야 되고 스틸야드도 가야한다. 지금 현 시점에서 경기만 생각하고 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은 2위(승점 34·10승4무8패)를 지키고 있지만 선두 전북(승점 48·13승9무)과의 승점 차가 무려 14점이다. 최하위 수원FC(승점 19·4승7무11패)와의 승점 차가 15점인 것을 감안하면 K리그에 전혀 다른 두 개의 세계가 공존하고 있는 형국이다. 포항은 7위(승점 30·8승6무8패)다. 하지만 서울과의 승점 차는 4점에 불과하다.
황 감독은 "뜻하지 않게 승점 차가 벌어졌다. 몇 경기 상간에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쉽지 않다. 당장 전북을 따라잡기보다 차근차근 한 단계씩 밟아가야 한다. 우리는 경기 외적 측면의 안정이 관건이다. 빠른 시일내에 이뤄져야 승점 차를 좁힐 수 있다. 현재로선 초점을 다른 팀보다 우리 팀에 맞추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강조했다.
황 감독은 이날 미디어데이에 박주영을 동석시켰다. 박주영도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31세인 그는 선배보다 후배가 더 많은 고참이다. 박주영은 말보다 결과라고 했다. 그는 "지금 우리 팀에는 승점 3점이 너무 소중하다. 선수들과 함께 승점 3점을 딸 수 있도록 포항전을 잘 준비하겠다"며 "지금은 한경기 한경기 충실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포항도 상대가 황 감독이라 '혼란'스럽다. 최진철 포항 감독은 황 감독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최 감독은 "아무래도 전임자이다보니 부담스럽다. 황 감독님은 우리 선수들을 제일 잘 아는 감독이시다. 선수들은 반갑겠지만 나는 신경이 쓰인다"며 웃었다. 그리고 "전에는 스리백에 대비한 전략을 짰는데 이제는 포백일지 스리백일지 감이 안선다. 그래도 2연승을 해서인지 선수들이 서울전에 자신감이 있다. 지금 우리 주축이 황 감독님 시절에 백업이었던 선수들이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클 것"이라고 맞불을 놓았다.
세상은 돌고 돈다. 그라운드에는 아군과 적군만 존재할 뿐이다. 황 감독과 포항의 대결, 설렘보다는 긴장감이 더 높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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