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가장 많은 신생아가 태어나는 경기 분당의 곽여성병원. 이 병원에서 올해 초부터 지난 7월 27일까지 태어난 신생아는 3964명으로 작년에 비해 297명(7%) 줄었다. 병원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정부가 저출산에 60조원을 쏟아부었다고 하는데 올해 왜 출산율이 크게 줄어드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이런 추세라면 올해 신생아가 작년보다 8~9% 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 해 평균 5400여 명이 태어나는 경기 산본제일병원도 6월 말까지 태어난 신생아가 작년보다 229명(9.6%)이나 줄었고, 연말까지 10%가량 줄 것으로 예상했다.
◇25~34세 여성 매년 10만명씩 줄어
이처럼 출산율이 떨어지는 가장 큰 원인은 가임 여성(15~49세) 숫자가 크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매년 평균 9만4000명씩 줄었다. 특히 아기를 가장 많이 낳는 연령층인 25~34세 여성의 감소세가 더 심하다. 최근 연평균 7만명씩 줄던 25~34세 여성은 작년과 올해 각각 10만명씩 줄어든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은 저출산이 본격화되면서 한 해 80여만명씩 태어나던 숫자가 1980년대 중후반에 60여만명씩으로 줄었고, 이 세대가 혼인 연령에 도달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더욱이 결혼 연령이 매년 늦어지면서 첫아기를 낳는 연령도 지난해 31세로 세계에서 가장 높았다. 전문가들은 "30대에 결혼하면 아기를 하나 낳는 경우가 많아 신생아 수 늘리기가 점점 어려워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취업난으로 남성들이 결혼할 여건이 되지 않고, 치솟는 전·월세비 부담과 결혼 비용으로 결혼을 꺼리는 젊은 세대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출산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혼인 건수는 11만9700건을 기록, 1990년 이후 가장 적었다. 혼인 건수가 줄어든 만큼 신생아 수는 올해뿐 아니라 내년에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을 전체적으로 볼 때 앞으로 10여년간 신생아 수가 40만명 안팎에서 고착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혼인과 출산에 대한 가치관 변화도 저출산 문제를 악화시키는 요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현재 결혼 연령층이 IMF 경제 위기를 청소년 시기에 겪으면서 경제난으로 이혼 같은 가족해체를 경험한 세대"라며 "이 때문에 앞으로 혼인과 출산에 대한 인식 개선이 없으면 저출산 수렁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실제 미혼 여성(30~34세)의 경우, 2009년에는 '결혼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는 답변이 36.7%였는데 2015년에는 60.4%로 배로 높아졌다. '자녀가 없어도 상관없다'는 답변은 10.3%에서 30.8%로 3배 가까이 늘었다(보건사회연구원 조사).
◇신생아 수 40만명대 되면 인구 감소 시기 1~2년 앞당겨져
정부는 올해 제3차 저출산·고령화 기본 계획을 발표하면서 출산율을 올해부터 올려 2020년에는 합계출산율을 1.5명까지 올리겠다고 공언했다. 이렇게 되면 인구 감소 시기가 2031년에서 2035년으로 4년 연기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해 신생아 수가 40만명대로 떨어지면 오히려 인구 감소 시기가 2029~2030년으로 1~2년쯤 앞당겨질 가능성이 커진다. 당장 영·유아가 부족해 보육시설은 문 닫는 곳이 속출하고, 초·중·고교도 학생을 못 구해 문을 닫는 연쇄 파장도 예상된다.
통계청은 저출산으로 신생아 수가 43만명대로 떨어지는 것을 2026년으로 추정했으나 이미 2013년부터 43만명대로 추락했다. 전문가들은 저출산 기본계획을 재검토, 우선 단기 처방으로 난임 부부들이 아기를 낳을 수 있도록 현재 저소득층에만 시술비를 지원하는 것을 모든 계층에 지원하고, 난임 부부의 건강보험 적용도 내년 초 전격 시행해 애 낳는 분위기를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