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응답 저주' 깨고 '로코물' 흥행
'운빨 로맨스' 진정성 연기 '심쿵'
조인성·정우성과 '더 킹'도 촬영

'응답의 저주'는 방송가를 떠도는 속설 중 하나다. tvN 인기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로 스타덤에 오른 배우의 후속작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응답하라 1977'의 정은지나 서인국이 그랬고, '응답하라 1994'의 고아라나 정우도 마찬가지였다.

'응답하라 1988'의 류준열(30)은 어떨까.

MBC TV 수목드라마 '운빨 로맨스'의 남자 주인공을 맡는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모든 방송 관계자의 눈이 류준열에게 향했다. 곧바로 꿰찬 지상파 드라마 주연, 그것도 '로코퀸' '믿보황'(믿고 보는 황정음)이라고 불리는 황정음의 상대역이었다. 그 시선을 받아내는 이 '반짝 스타'의 기분은 어땠을까.

'운빨로맨스'를 끝내고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그는 특유의 입 꼬리를 올리는 웃음을 지으며 "그런 걸로 부담 갖는 성격은 아니다"며 의외로 쿨함을 풍겼다.

"지상파라서 특별할 건 따로 없었어요. 그냥 늘 그렇듯 한 번 더 고민하게 되고,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었어요.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인물 자체에 대해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만든 작품이에요. 지상파 주인공이라서 힘들고, 스트레스 받은 거?~ 없었어요.하하."

류준열이 연기한 '제수호'는 천재적인 수학 머리로 IT업계 최고의 게임회사 제제팩토리를 세운 젊은 CEO다. 합리와 이성만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사는 사람이다.

'제수호'처럼 류준열도 그렇다고 했다. 미신 같은 건 "전혀 안 믿는다"고. 말과 믿음은 뭔가를 만든다. '응답의 저주' 같은 설을 믿지 않았던 게 류준열이 이를 벗어난 비결일지도 모른다.

"저는 물을 조심하라고 하면 오히려 물에 더 가는 편이에요. '응답하라 1988'은 그런 '저주'라는 단어로 표현하기에는 저한테 너무 감사하고 소중한 작품이에요. 그 드라마를 통해서 많은 분들을 만날 수 있었잖아요. 만약에 제가 오래 연기를 하고 노년이 돼서 돌아봤을 때, 류준열의 대표작이 '응답하라 1988'이라고 해도 저는 행복할 것 같아요."

그의 얼굴은 소위 말하는 '잘생긴 얼굴'에서 벗어났다. '운빨' 캐스팅때 수많은 방송 관계자들이 '류준열이 로맨틱 코미디를?'이라며 물음표를 떼지 못한 이유다.

드라마는 환상을 판다. 예쁜 서현진이 평범한 '오해영'('또 오해영')으로 나오고, 우스꽝스럽게 꾸며놔도 예쁘기만 한 황정음이 폭탄 '김혜진'('그녀는 예뻤다')으로 나와도 납득할 수 있는 이유다.

하지만 지난 넉달 동안 류준열은 미남이 아니어도 '로맨스 가이'를 할 수 있다는 증표가 됐다.

'연애 바보'에 모태 솔로 '제수호'로 완벽하게 변신해 얼굴이 아닌 연기로 시청자를 '심쿵'하게 했다.

"계산적으로 여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친구가 아니었잖아요. 좋으면 좋다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모습이 재밌게 보인 것 같아요. 연애에 국한해서가 아니라, 실제로 저도 좋은 건 좋다고 확실하게 표현하는 편이기도 하고요."

'응답하라1988'로 스타가 된 나이가 서른이다. 연예인치고 늦은 출발이지만 그만큼 더 거세게 내달리고 있다.

러브콜이 잇따랐다. 올해 상반기에만 '글로리데이' '계춘할망' '양치기들'에 연이어 출연했다. 오는 겨울 개봉을 목표로 조인성·정우성 등과 '더 킹'을 촬영했고, 최근 송강호·유해진과 함께 출연하는 '택시운전사' 촬영을 시작했다. 학생 때부터 지켜봤던 쟁쟁한 선배 연기자들과 한 프레임에 담기는 경이로운 순간이다.

"같이 모니터를 하는 순간이 너무 영화 같았어요. 감동이에요. 카메라 앞에서 숨쉬는 걸 지켜보고, 옆에서 바라보는 것 자체가 소중해요. 제 앞으로의 배우 인생에 있어서도 어떤 큰 순간이 될 것 같아요."

쉼 없이 일을 하고 있지만 자신의 미래가 되길 바라는 선배 배우들과 함께 작업하는 현장과 가족·친구가 아닌 '팬'이라는 사람들에게 받는 사랑이 있는 지금이 행복하다고 했다.

"팬 분들이 사랑해주시고 기다려주면서, 계속 다음을 원하는 것 같아서 거기에 보답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해서 쉴 틈 없이 하고 있습니다. 행복해요. 행복하자고 하는 일인데요. 행복하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