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당대표를 선출하는 8·9 전당대회가 2주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후보 등록(7월 29일)을 나흘 앞둔 25일 현재 당대표 후보가 최대 8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유력 후보를 점칠 수 없을 정도로 경선 구도가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2일 실시될 컷오프(예비 경선) 결과에 따라 친박(親朴)·비박(非朴) 진영별로 후보 단일화와 합종연횡도 벌어질 전망이다.

당대표 경선엔 지금까지 김용태·이정현·이주영·정병국·주호영·한선교(가나다순) 의원 등 6명이 출마를 선언했다. 8·9 전당대회에선 당대표 후보가 6명이면 전원 경선에 참여시키지만, 후보가 7명 이상이면 5명만 남기고 나머지는 컷오프 한다. 이런 규정 때문에 애초 출마를 선언한 6명 모두 본선에 나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친박계 홍문종 의원이 최근 출마 검토 의사를 밝히면서 기존 구도에 변화가 생겼다. 김 전 지사와 홍 의원 중 한 명만 나와도 2명이 컷오프되고, 둘 다 출마하면 3명이 컷오프되는 것이다.

대표 출마 선언 후보들의 ‘만세’ - 새누리당의 8·9전당대회 당대표 경선 출마자들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전국시도당연합회 월례회에 참석해 손을 맞잡고 들어 올리고 있다. 왼쪽부터 정병국, 김용태, 주호영, 이정현, 한선교 의원. 이주영 의원은 이날 조금 늦게 행사에 참석해 사진 촬영에서 빠졌다.

[김문수 당대표 출마 고심... 새누리 전대 변수로]

후보 단일화 지형에도 변수가 생겼다. 애초 비박계에선 정병국·김용태 의원이 친박 후보에게 맞선 비박 후보 단일화를 추진해왔다. 하지만 김 전 지사의 출마 검토로 단일화보다 컷오프를 통과하기 위한 인물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정·김 두 의원은 후보 단일화를 전제로 친분이 깊은 김 전 지사에게 지원을 요청해 왔다. 하지만 김 전 지사가 막판 경선 참여를 검토하면서 두 사람의 이런 구상은 흔들리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25일 비박계에선 "컷오프 결과에 따라 정병국·주호영·김용태 의원의 '반(反)김문수 단일화'가 추진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와 관련해 정병국·주호영·김용태 의원은 이날 모임을 갖고 "이번 전당대회에서 혁신의 흐름을 저지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우리 세 후보는 혁신의 흐름을 관철하기 위해 공동으로 뜻을 모으고 행동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김용태 의원은 이날 부산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김 전 지사와 매우 가까운 사이였기 때문에 당혹스럽다"며 "김 전 지사는 당내 난전(亂戰) 상황에 나서기보다는 내년 대선에서 의미를 찾기 바란다"고 했다. 정병국 의원은 "누구나 다 나올 수는 있지만, (당대표 경선 출마는) 김 전 지사답지 않은 행위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전 지사의 출마설을 놓고 당내에선 "친박 핵심부가 김 전 지사를 지원한다" "비박계의 김무성 전 대표가 밀고 있다"는 등의 이야기가 돌았다. 한 비박계 관계자는 "서청원·최경환 등 친박 핵심 인사들이 불출마한 상황에서 친박계가 지난 총선 때 대구로 지역구를 옮겨 출마한 김 전 지사를 대안 후보로 민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반면 친박계에선 "김무성 전 대표 측이 친박 후보들의 당선을 저지하기 위해 김 전 지사를 후원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친박계의 홍문종 의원 출마 문제를 놓고선 "홍 의원이 막판에 친박 후보 단일화 작업을 이끌기 위한 '페이스메이커'로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이에 대해 양측은 모두 상대 계파를 겨냥해 "경선 구도를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사실과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고 했다.

당대표 후보가 난립해 경선 구도가 혼전 양상으로 흐르면서 후보들의 선거 전략도 제각각으로 흐르고 있다. 이주영 의원은 지난 24일 경북 구미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生家)를 방문하는 등 당내 다수파인 친박계 표심 잡기에 나섰다. 출마 선언 당시 "총선 패배 원인 제공자의 책임을 묻겠다"며 '친박 책임론'을 제기했던 이 의원 측은 이날 "박근혜 대통령 당선에 공헌한 이 의원이 친박이 아니라면 누가 친박이냐"고 했다. 반면 비박계의 정병국·주호영·김용태 의원은 "친박 패권주의를 청산해야 한다"고 친박계와 각을 세우고 있다.

한편 '원조(元祖) 친박' 의원들은 '친박'을 내세우기보다 인물 경쟁에 비중을 두고 있다. 방송 진행자 출신으로 인지도가 있는 한선교 의원은 방송 출연 등을 통해 얼굴 알리기에 나섰고, 이정현 의원은 여의도에 사무실을 내는 대신 홀로 배낭을 메고 전국 곳곳을 다니며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친박 관계자는 "한 의원은 방송 출연 등 '공중전'을, 이 의원은 배낭 토크 등 '백병전'을 전략으로 잡은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