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왕이 외교부장이 25일 오전(한국시간) 라오스 비엔티안 돈찬팰리스호텔에서 열린 중국과의 양자회담에서 윤병세 외교장관의 발언을 듣던 중 불만이 있는 듯 손사래를 치고 있다.

윤병세 외교부장관은 24일 중국 왕이 외교부장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해 “한국 측의 최근 행위가 쌍방(양국)의 상호 신뢰 기초에 해를 끼쳤다”며 압박한 데 대해 ‘추신지불 전초제근(抽薪止沸 剪草除根)’이라는 고사성어를 동원해 반박했다.

추신지불 전초제근이란 ‘물을 식히려면 장작불을 빼야 하고, 풀을 완전히 제거하려면 뿌리를 뽑아내야 한다’는 뜻으로 이를 통해 윤 장관은 사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북한 핵 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표현한 것이다.

윤 장관은 이어 사드에 대해 “국민을 지키기 위한 자위적 방어 조치”라며 북한 이외의 제3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밝혔다.

윤 장관은 또 ‘봉산개도 우수탑교(逢山開道 遇水搭橋)’라는 고사성어도 동원했다. 이는 ‘산을 만나면 길을 내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는다’는 뜻이다.

사드 배치로 인해 꽉 막힌 한중 관계를 지혜롭게 풀어가자고 제안한 셈이다. 윤 장관은 “양국이 여러 도전에 직면할 수 있지만 특정 사안으로 관계에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도 말했다.

윤 장관은 이날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및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열리는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의 한 호텔에서 왕 부장과 만나 이 같이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ASEAN 및 ARF 관련 연쇄 외교장관회의에서 북핵 등 북한 문제 전반을 주요 의제로 다룰 예정이었다. 하지만, 중국이 사드 문제를 전면에 부각시키면서 치열한 외교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