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맨'에서 'SK 맨'이 된 지 정확히 1년째 되는 날. 정의윤(30)의 방망이가 불을 뿜었다.

정의윤은 24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펼쳐진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4번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홈런 두 방을 쏘아올리는 등 3타수 3안타 2타점 2득점으로 불꽃타를 휘둘렀다.

정확히 1년 전인 2015년 7월24일은 정의윤에게 특별한 날이다. 그날 SK와 LG 트윈스가 3대3 트레이드에 합의하면서 정의윤은 10년간 뛰었던 LG를 떠나 SK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LG에서 뛰는 10년 동안 '유망주' 딱지를 떼지 못했던 정의윤은 SK로 이적한 뒤 새로운 삶을 열어젖혔다. 10년 동안 두 자릿수 홈런을 친 적이 한 차례도 없었던 정의윤이 SK로 트레이드 되기 전까지 친 홈런의 수는 10년간 31개 뿐이었다.

정의윤이 지난 시즌 시작부터 SK로 트레이드 되기 이전까지 32경기에서 거둔 성적은 홈런없이 타율 0.258(66타수 17안타) 7타점 2도루 3득점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7월24일 트레이드 이후 정의윤은 잠재력을 마음껏 폭발시켰다.

지난해 트레이드 이후 59경기에서 정의윤은 타율 0.342(193타수 66안타) 14홈런 44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정의윤은 어느새 SK의 타선을 짊어진 중심타자가 됐다.

올 시즌 비룡군단의 4번타자로 낙점된 정의윤은 '풀타임을 뛰어본 적이 없다'는 우려 속에서도 4번타자로서의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날 경기를 포함해 올 시즌 91경기에 출전한 정의윤은 타율 0.337(356타수 120안타) 19홈런 72타점으로 맹활약을 선보였다.

활약도 꾸준하다. 4월 한 달 동안 타율 0.317 5홈런 27타점을 기록하며 기분좋게 시즌을 시작한 정의윤은 5월에도 타율 0.365 5홈런 19타점으로 맹타를 선보였다. 6월에도 타율 0.314 6홈런 16타점으로 꾸준히 불방망이를 선보였다.

7월 들어서 다소 홈런 페이스가 주춤했지만, 이날 지난 2일 LG전 이후 22일만에 대포를 가동하면서 다시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정의윤은 SK의 4-3 승리의 주역이 되면서 SK 이적 이후 정확히 1년째 되는 날을 특별한 날로 장식했다.

선두타자로 나선 2회말 첫 타석에서 볼넷을 골라낸 정의윤은 0-0으로 팽팽히 맞선 4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상대 선발 김정훈의 5구째 낮은 체인지업을 걷어올려 좌측 관중석 상단에 꽂히는 솔로 홈런(시즌 18호)을 작렬했다. 비거리 125m짜리 대형 홈런이었다.

SK가 박정권의 솔로포로 추가점을 낸 뒤인 6회 2사 후에도 정의윤의 방망이가 힘차게 돌았다.

정의윤은 상대 구원 마정길의 2구째 체인지업을 통타, 또다시 같은 방향으로 넘어가는 솔로 아치(시즌 19호)를 그려냈다.

이달 25일이 생일인 정의윤은 생일 축포도 하루 일찍 쏘아올린 셈이 됐다.

정의윤은 "SK로 이적한지 1년째다"라는 말에 "매일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와서 기분이 좋다"며 웃어보였다.

이어 "내일 생일인데 원정경기로 인해 아내와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다. 항상 나를 배려해주고, 내조를 잘 해주는 아내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정의윤은 "팀 승리에 도움이 돼 기쁘다. 최근 타석에서 공을 쫓아다니는 경향이 있었다. 오늘 경기 전 정경배 코치님께서 '오늘 조금 늦게 뛰어도 괜챃으니 네 스윙을 끝까지 하고 뛰라'는 미션을 주셨다"며 "코치님 말씀대로 내 스윙을 다 하려고 했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