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삼성서울병원의 한 유명 산부인과 교수가 자신이 집도하기로 했던 수술 3건을 환자와 보호자 몰래 후배 의사에게 맡기고 해외 학회 참석차 출국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병원 측은 자체조사를 벌여 해당 의사를 중징계했다.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산부인과의 김모 교수는 지난 8일 난소암과 자궁근종, 자궁적출 등 3건의 수술을 맡는 것으로 돼 있었다. 예정된 수술 시간은 오전 8시와 오후 1시, 오후 3시 30분이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일본에서 열리는 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날 오전 9시 30분 비행기를 타고 일본으로 출국했다.

김씨가 출국하자 오전 8시 난소암 수술은 다른 산부인과 교수가 맡았고, 자궁근종과 자궁적출 수술은 2년 차 전문의가 대신 집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병원 내부고발자의 폭로로 밝혀졌다.

뒤늦게 대리수술 사실을 확인한 삼성서울병원은 지난 13일 인사위원회를 열고 김 교수에게 무기정직 처분을 내렸다. 김 교수는 현재 외래와 수술 등 모든 업무에서 배제된 상태다. 권오정 삼성서울병원 원장과 김 교수는 환자와 보호자를 직접 찾아 사과하고 진료비와 특진비를 전액 환불 조치했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김 교수는 원래 수술을 진행한 뒤 오후에 출국해 학회에 참석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학회 측의 요청으로 갑자기 오전에 출국했다”며 "논란이 되기 전부터 병원 자체조사를 통해 적극적으로 사실 관계를 파악해 징계조치를 내렸다"고 해명했다. 이어 "특정 교수 개인의 부도덕성으로 이런 사태가 발생했지만, 병원에서는 도의적인 차원에서 최대한 환자와 보호자에게 잘못을 구했다"고 밝혔다.

예정된 의사가 아닌 다른 의사가 환자 몰래 수술을 집도하는 '대리수술'은 지난해 12월 대한성형외과의사회가 한 유명 성형외과의 대리수술 실태를 폭로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대리수술은 주로 서울 강남지역 일부 대형 성형외과에서 행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삼성서울병원 대리수술 문제가 불거지며 한국 의료계의 신뢰에 다시 한번 타격을 입게 됐다. 중국·러시아 등 외국인 환자 유치에도 지장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