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검 특수부(부장 김경수)는 21일 돈을 받고 승부조작을 한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로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의 투수 이태양(23)을 불구속 기소했다. 승부조작을 모의, 제안한 혐의를 받는 문우람(24·국군체육부대)에 대해선 그가 현역 군인이라는 점을 고려해 군 검찰에 사건을 넘기기로 했다. 검찰은 또 브로커 조모(36)씨를 구속 기소하고, 불법 스포츠도박 베팅방 운영자 최모(36·다른 건으로 복역 중)씨를 기소했다.
이번 사건은 2012년 LG 투수 박현준·김성현의 승부조작 가담 이후 4년 만에 다시 터진 악성 스캔들이다. 올해 사상 첫 800만 관중을 목표로 순항하던 국내 프로야구도 큰 위기를 맞았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이날 이태양과 문우람에게 '참가 활동 정지' 제재를 내렸다. 둘은 일체의 구단 활동(훈련·경기)에서 제외되며, 보수도 받을 수 없다. 4년 전 박현준·김성현은 유죄 판결을 받고 나서 KBO에서 영구 제명당했다.
◇검찰 "선수가 먼저 승부조작 제안"
검찰에 따르면 브로커 조씨는 2014년 11월 문우람(넥센), 이태양(NC)과 처음 만났다. 조씨는 '스포츠 에이전시를 준비 중인 야구팬'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이들에게 접근해 친분을 쌓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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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문우람이 먼저 조씨와 이태양에게 승부조작을 제의했다고 밝혔다. 이태양은 지난해 5월 29일 광주 KIA전 선발등판을 앞두고 브로커에게서 '1회 1실점'을 부탁받았다. 당시 이태양은 1회에 2실점을 했고, 2000만원을 대가로 받았다. 그 경기에서 베팅방 운영자 최씨는 1억원을 벌었다. 이태양은 이후 세 번 더 승부조작 시도를 했지만 한 번만 성공했다. 검찰 관계자는 "베팅방 운영자가 마지막 경기(작년 9월 15일 마산 KT전)에서 승부조작이 실패로 끝나자 이태양을 찾아가 '수억원을 잃었다'며 폭행했다"고 밝혔다.
문우람은 승부조작을 사전 모의하고, 브로커 조씨를 통해 받은 돈을 이태양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그가 첫 승부조작 성공 후 브로커에게서 시가 600만원짜리 브라이틀링 시계와 명품의류 등 1000만원 상당의 물품을 받았다고 밝혔다.
◇문우람 "매형 될 사람에게 내가 왜?"
이태양은 생활비와 용돈 등을 마련하기 위해 승부조작에 가담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태양의 올해 연봉은 1억원이지만, 작년 연봉은 3300만원에 불과했다.
이태양과 달리 문우람은 승부조작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문우람 측은 "이태양은 내 친누나와 결혼을 약속한 연인 사이"라면서 "내가 매형이 될지 모르는 사람을 꾀어 승부조작을 시켰다니 말이 되느냐"라고 주장하고 있다. 문우람과 이태양은 고교 시절 청소년 국가대표팀에서 처음 만났고, 2011년 프로야구 넥센에 입단하면서 다시 한솥밥을 먹었다. 이태양은 2013시즌부터 NC로 옮겨갔다.
문우람은 브로커 조씨에게서 받은 시계와 의류도 승부조작과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 조사를 두 번 받았던 그는 "아는 형님(조씨)이 시계를 사러 간다기에 따라갔다가 시계 선물을 받았다"면서 "내가 승부조작을 설계했다면 이태양보다 많은 돈을 받았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항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타자인 문우람은 경기 도중 직접 승부조작에 가담하지는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작년에 주로 교체 멤버로 63경기(119타석)만 소화했다. 선발 출전이 불투명했기 때문에 경기 전 이뤄지는 승부조작 베팅의 대상이 되기 어려웠다. 문우람은 작년에 넥센에서 연봉 9000만원을 받았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상무에 입대한 그는 프로야구 선수에게 적용되는 '군 보류 수당'으로 월 100만원을 넥센 구단으로부터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