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에 사는 취업준비생 강동인(23)씨는 지난 3월부터 '모닝콜 알바'를 하고 있다. 말 그대로 아침에 전화를 걸어 사람을 깨워주고 돈을 받는 것이다. 김씨가 오전 4~6시 사이 깨워야 할 고객은 총 8명. 오전 4시가 되자 강씨는 헬스트레이너로 일하는 30대 여성에게 전화를 걸어 "누나 일어났나. 와 아직도 자고 있노. 오늘 비 오니까 우산 챙기라!"며 경상도 사투리를 크게 외쳐 상대를 깨웠다. 강씨는 "취직하려고 상경했는데 잘 안 돼 급한 대로 '모닝콜 알바'로 한 달에 20만~30만원을 벌고 있다"고 했다.
이른 아침 전화로 잠을 깨워주는 아르바이트가 성행하고 있다. 모닝콜(wake-up call의 한국식 표현)을 해주고 한 달간 받는 돈은 건당 3만~5만원으로 큰 액수는 아니지만, 취업난과 경제난 속에 부업으로 이 아르바이트에 뛰어드는 사람이 늘고 있다.
알바 주선은 주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뤄진다. 가장 회원이 많은 네이버 카페 '모닝콜알바 모닝콜장터'의 경우 알바를 희망하는 회원이 9000명에 달한다. 고객이 게시판에 알바 모집글을 올린 뒤 하루 시범으로 모닝콜을 받아보고 구두로 계약하는 방식이다.
대전에 사는 대학생 김모(여·22)씨는 올해 초 모닝콜 알바를 시작하면서 다른 아르바이트는 모두 그만뒀다. 김씨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만 하면 되고 고객 10명만 확보하면 월 40만~50만원을 벌 수 있으니 웬만한 과외보다 낫다"고 했다. 고등학생이 용돈을 벌기 위해 알바를 하기도 한다. 몇 달째 이 일을 하고 있는 김모(18)양은 "고객이 잠에서 깨어날 때까지 '멍멍' 하고 강아지 짖는 소리를 낸다"고 했다.
고객은 대부분 아침에 깨워줄 사람 없이 혼자 사는 사람들이다. '모닝콜알바 모닝콜장터' 운영자인 직장인 이모(30)씨는 "20~30대 혼자 사는 직장인이 최대 고객이고, 기러기 아빠들이나 싱글족도 '외롭다'는 이유로 이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김양은 "알바생이 딸이나 아내처럼 깨워주니까 아침마다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하는 고객들이 많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 가구 수는 2000년 약 226만 가구에서 2015년 약 506만 가구로 증가했다. 2035년에는 1인 가구가 약 762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34.3%에 달할 것으로 통계청은 전망하고 있다.
깨우는 방법은 다양하다. 고객이 정답을 맞힐 때까지 구구단 문제를 내거나, 조간신문 1면 기사를 읽어주기도 한다. 고객 요구에 따라 연예인 성대 모사를 하거나 좋아하는 노래를 불러주기도 한다. '상남자 스타일'의 사투리로 모닝콜을 원하는 여성 고객, 친구처럼 깨워달라는 고객도 많다고 한다. 모닝콜 알바를 고용한 대학생 이모(여·25)씨는 "매일 새벽 기도를 가기 위해 모닝콜 알바를 쓴다"며 "확실히 잠이 깼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세수한 뒤 인증샷을 찍어 알바생에게 보내준다"고 했다. 아르바이트생이 늦잠을 자서 모닝콜을 하지 못할 경우엔 보통 무료로 1주일간 서비스를 연장해준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런 보증 없이 전화로 계약하다 보니 비용을 후불로 지불하기로 해놓고 연락을 끊는 얌체 고객도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는 선불로 한 달 요금을 받은 뒤 서비스를 해준다고 한다.
여성 알바생을 성희롱하는 고객들도 있다. 여대생 김씨는 "한 남성 고객이 잠깼다는 인증샷 대신 속옷 차림의 사진을 보내 깜짝 놀랐다"고 했다. 모닝콜 알바 주선 사이트들은 이런 진상 고객 정보를 공유하는 '블랙리스트' 게시판을 운영하고 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성희롱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는 만큼 특히 청소년들이 모닝콜 알바를 하지 못하도록 지도·감독할 필요가 있다"며 "성희롱 고객들은 탈퇴 조치만 할 게 아니라 경찰에 신고해 처벌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