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친박계 실세인 최경환·윤상현 의원에 이어 현기환 전(前) 청와대 정무수석까지 김성회 전(前) 의원에게 지역구 변경을 요구한 정황이 드러났다.

TV조선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총선 전에 현 전 정무수석이 김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저하고 약속한 건 대통령하고 약속한 것과 똑 같은 것 아니냐”며 “(서청원) 대표님한테 똑같이 말씀하셔라. ‘대표님 가는데 안가겠다’고”라고 말했다.

또 김 전 의원이 “그게 진짜 VIP(대통령) 뜻이면 따르겠다”고 하자 현 전 수석은 “따르시고 ‘정해주시면 다른 지역 갑니다’라고 솔직히 말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녹취록에 담긴 현 전 정무수석의 발언은 ‘공천 개입은 있을 수 없다’던 청와대의 주장과 정 반대되는 내용이서 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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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TV조선 보도 원문.

[앵커]

TV조선이 새누리당의 친박계 실세인 최경환 윤상현 의원의 공천 개입 정황이 담긴 녹음 파일을 보도한 뒤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현기환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도 공천에 관여하며 적지 않은 역할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청와대는 그동안 공천 개입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서주민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새누리당의 총선 예비 후보자였던 김성회 전 의원은 지난 1월말, 윤상현, 최경환 의원은 물론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으로부터도 전화를 받았습니다.

김 전의원이 친박계 맏형격인 서청원 의원의 지역구, 화성 갑에 출마 준비를 하자 출마지를 다른 지역으로 옮길 것을 요구하는 내용입니다.

현기환 / 전 정무수석

"가서 (서청원 전) 대표님한테 저한테 얘기했던 거 하고 똑같이 얘기하세요. 대표님 가는 데 안 가겠습니다. 어디로 가실 겁니까, 물어보세요. 그러면..."

현 전 수석은 김 전의원이 서 의원의 지역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자신과 했던 약속을 왜 지키지 않는냐고 불만을 쏟아냅니다.

현기환 / 전 정무수석

"저하고 약속을 하고 얘기한 거는 대통령한테 약속한 거랑 똑같은 거 아녜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면 얼마나 복잡해지는지 압니까?

대통령의 뜻이라는 취지의 말도 빼놓지 않습니다. 최경환, 윤상현 의원 역시 지역구를 옮기는 게 대통령의 뜻이라고 말했습니다.

현기환 / 전 정무수석

"(이게 VIP 뜻이라면 내가 따를게...) 예 따르세요, 따르시고.. '정해주시면 다른 지역 갑니다'라고 솔직히 까놓고 하세요."

거듭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하자 강하게 요구합니다.

현기환 / 전 정무수석

"길어져 봐야 좋을 것 없습니다. 진짜로.. 제가 말씀 드릴 때에 그렇게 하세요. 바로 조치하십쇼, 바로, 진짜로 복잡하게 만들지 마시고요."

약속한 게 뭐냐고 묻자 버럭 짜증도 냅니다.

현기환 / 전 정무수석

"(리마인드 한 번 시켜줘 보세요) 정말 이런 식으로 합니까? 서로 인간적 관계까지 다 까면서 이런식으로 합니까? 그럼 저한텐 한번 해본 소리예요? '서청원 전 대표 가는 지역엔 안가겠다. 그건 약속한다.' 저한테 그랬습니까? 안 그랬습니까?"

그러고 나서도 발언은 계속됩니다.

현기환 / 전 정무수석

"사람이 일하다 보면 여러 차례 고비가 있고 딱 결정을 해야할 때가 있고, 판단 제대로 하시라고요. 바로 전화하세요. 오늘 바로 하세요" (지금 내가 나름대로 생각 좀 해볼 시간을 좀...) 아니, 생각할 게 뭐가 있습니까?"

김 전 의원은 결국 한 달 뒤 분구된 화성 병지역으로 출마지를 옮겼지만 당내 경선에서 패했습니다.

청와대는 총선 전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과 현 전 수석의 비밀 회동 의혹이 불거지자 청와대의 공천 개입은 있지도 않고 있을 수도 없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TV조선 서주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