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찐 거야 부은 거야?" 뜻하지 않는 오해를 낳는 부기(浮氣).

단지 많이 먹었기 때문에, 물을 많이 마셨기 때문이라면 '부기'가 일시적일 수 있다. 그런데 해도 해도 너무한다. 어쩌면 하루도 빼놓지 않고 퉁퉁 부을 수 있을까?

이러한 부기를 단지 미용상의 문제로 치부할 수는 없다. 비정상적으로 계속 붓는 경우는 건강의 적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심장과 신장 기능에 동시에 이상이 생긴 여성의 발이 퉁퉁 부어 있다

부기(浮氣)

우리 몸의 구성 성분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물이다. 이 물은 세포 안의 세포내액과 세포 밖의 세포외액으로 나뉜다. 세포외액에는 혈액을 구성하는 혈장액(Plasma Water)과, 세포와 세포 사이에 흐르는 간질액(Interstitial Fluid)이 있다. 세포내액과 세포외액은 끊임없이 이동하고 교류하며 균형을 이룬다. 부종이 있는 상태를 지칭하는 부기는 여러 원인에 의해 세포외액 중 간질액이 신체 특정 부위에 비정상적으로 증가해서 나타난다.

부종과 부기, 뭐가 다른가?

부종(浮腫)은 신체 조직의 사이사이에 물이 찬 것이다. 수종(水腫)이라고도 부른다. 여기서 물은 신체 조직에서 나오는 액체를 말한다. 우리말의 ‘붓는다’란 단어 때문에 ‘붓기’라고 쓰기 쉬운데 ‘부기(浮氣)’라고 써야 옳다. 부기는 몸이 부은 상태, 즉 부종이 있는 상태를 말한다.

부종은 주로 다리에 생긴다. 특히 저녁 시간에 '다리가 부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하루 종일 서 있거나 앉아 있으면 중력에 의해 다리에 피가 쏠리면서 부종이 생기기 쉬워진다. 신발을 사러 갈 때 오전보다 오후에 가는 게 좋다고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라면 등 야식을 먹고 잔 뒤 일어났을 때 눈이 퉁퉁 붓는 원리도 비슷하다. 서 있을 때는 다리에 피가 쏠리지만, 누워 있으면 피가 온몸에 골고루 퍼진다. 이때 눈꺼풀은 다른 부위보다 얇아 쉽게 붓는다. ▷기사 더보기

나는 왜 붓는가?

부종이 생기는 원인을 한 가지로 특정할 수는 없다. 질환으로 인해서 붓기도 하고 딱히 병이 없는데 붓기도 하기 때문이다. 질환으로 붓는 경우는 해당 질환을 치료하면 부종도 자연스럽게 없어질 수 있다. 딱히 질환이 있는 것이 아닌데 신체가 이유 없이 붓는 것을 특발성 부종이라고 한다.

▶병 없고 다이어트 하는데도 체중 늘면 '특발성 부종'

이유 없이 살이 찌고, 저녁만 되면 다리가 무거워진다면 특발성 부종 때문이다. 특발성 부종이 자주 나타나는 사람은 운동 부족으로 혈액순환이 원활치 못하거나, 짜게 먹는 등 생활습관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눈이나 얼굴이 붓거나 반지, 신발 등이 안 맞을 정도로 손이나 발이 붓기도 한다. 순천향대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조현 교수는 “자주 붓는다는 것은 앉아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은 직장인처럼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거나, 짜게 먹는 등의 잘못된 식습관이 있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혈액순환 저하
다리에서 심장으로 체액이 올라가게 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정맥 내의 판막 기능이 저하되거나, 미세림프관이 막히거나 좁아지면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을 수 있다. 비만으로 지방이 축적되면서 체액 순환이 저하되는 지방 부종, 오래 서 있거나 앉아 있으면 생기는 하체 부종 등이 이에 해당한다.

과도한 염분 섭취
염분은 수분을 머금는 역할을 한다. 체내에 염분이 과다하면 같은 양의 물을 마셔도 배출되지 않고 붓게 된다. 자기 직전에 짠 음식을 많이 먹고 자면 아침에 얼굴이 붓는 이유다. 이러한 특발성 부종이라면 말초혈관의 혈액순환을 위한 운동을 하고 짜게 먹는 식습관을 조절하는 등으로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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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기와 질환

일반적인 부종은 생활습관을 개선하면 증상이 없어질 수 있다. 하지만 특정 질환이 있을 때도 증상으로서 부종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는 전문의와 상담이 꼭 필요하다.

1 신장질환
아침에 일어났을 때 눈 주위가 붓는데 저녁에는 다리 쪽으로 부종이 심해지면 신장질환이 있을 수 있다. 특히 급성사구체신염, 신증후군, 신부전 등을 앓고 있을 때 부종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신장 내에 있는 노폐물을 여과하는 사구체에 문제가 생기면 체내에 나트륨이 쌓이면서 소변 양이 줄고 수분이 축적되어 부종으로 나타난다. 신장염이나 만성신부전 초기에는 눈꺼풀 같은 피부가 얇은 곳에서부터 다리, 몸 전체로 진행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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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심장질환
심장질환이 있을 때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체내에 수분이 쌓이면서 부종이 생길 수 있다. 심부전일 때는 발목 부위에 부종이 많이 생기는 것이 특징이다. 다리와 발목 주변에 대칭으로 양쪽에 나타나기도 한다. 이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고 만성화되면 전신부종으로 이어질 수 있다.

3 갑상선 기능 저하
얼굴과 함께 팔과 다리도 부으면 갑상선 기능 저하를 의심할 수 있다. 갑상선기능저하증에서 나타나는 부종은 손가락으로 눌러도 들어가는 자리가 생기지 않는다. 갑상선호르몬이 줄어들면 피부 진피층에 있는 점다당질을 분해하지 못한다. 점다당질은 수분을 끌어들이는 성질이 있어 분해되지 못하면 피부가 붓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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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간질환
간 기능이 떨어지면 혈중 단백질 중 하나인 알부민의 생성이 저하된다. 알부민 농도가 낮으면 수분이 각 장기에 고루 배분되지 못하고 혈액에 남기 때문에 혈액 속 수분 함량이 높아진다. 과도한 수분은 복강으로 들어가서 배에 물이 차는 복수현상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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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기에 관한 궁금증

1 부기가 지속되면 살이 될까?
모든 경우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체 혈액순환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부기가 지속되는 경우에는 그럴 수 있다. 하체는 심장에서 멀고 중력의 영향을 받아 혈액순환이 힘든 부위다. 순천향대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조현 교수는 "혈액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지방 연소에 필요한 충분한 산소 공급이 전달되지 않아 살이 찌거나 다리에 부종이 생긴다"며 "이러한 부종이 지속된다면 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2 유난히 잘 붓는 체질이 따로 있나?
똑같이 라면을 먹고 자도 누구는 붓고 누구는 안 붓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면 잘 붓는 체질이 따로 있는 건지 의문이 생긴다. 자생한방병원 김노현 한의사는 "한의학에서 잘 붓는 사람은 폐(기관지), 비장(소화기계통), 신장(콩팥)의 기능이 약한 사람으로 본다"고 말했다. 각 부분의 기능이 유기적으로 잘 이루어져야 대사 및 영양 공급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 중 한 기능이라도 약한 경우에는 부종이 잘 생기며 자주 붓기를 반복할 수 있다.

3 부기를 빼준다는 체조 등이 도움이 될까?
모두에게 효과 있는 건 아니지만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는 사람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다. 많이 서 있거나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면 중력 작용에 의해 체액이 종아리인 아래쪽으로 몰려서 부종이 생긴다. 종아리를 마사지할 때 발목에서 무릎까지 쓸어 올렸다가 양손을 이용해 비틀어주고, 무릎 안쪽을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주면 도움이 된다. 이외에 틈틈이 스트레칭을 하거나 책상 밑에 받침대를 놓고 다리를 올려놓으면 효과적이다. 압박스타킹을 착용하는 것도 부종을 예방하는 방법이다.

4 부기를 완화시키기 위해서 이뇨제를 써도 되나?
필요한 경우라면 이뇨제를 써서 부종을 완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무분별한 이뇨제 사용은 몸에 부담을 주며 부종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이뇨제를 장기간 사용하게 되면 전해질 대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또한 신장에 문제를 일으키고 탈수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필요한 경우에만 약물을 사용해야 한다.

5 부기 빼는 데 효과 있는 음식이 있을까?
상황이나 체질에 따라서 부기에 효과 있는 음식이 달라질 수 있다. 초아재한의원 정세연 원장은 "부종이 잘 생기기 쉬운 경우별로 음식을 달리 선택해서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선 콩팥 기능이 약한 경우는 옥수수수염차, 팥 등을 먹으면 부기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위장 기능이 약한 경우는 표고버섯, 토란, 귤껍질, 깻잎 등을 먹는 게 좋다.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팽이버섯, 도라지 등을 먹으면 혈액순환에 도움이 돼 부기 예방에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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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이런 적 있나요? 갑자기 손이 부을 때

자고 일어나면 손이 붓는다?
잠을 자고 난 뒤 손이 붓는 것은 자는 동안 몸의 수분이 얼굴이나 손 등 신체의 연한 조직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조직이 약한 여성에게 많이 나타나며,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 이런 증상이 있는 사람은 자기 전에 물을 많이 마시지 않는다. 다리가 심하게 붓는 사람은 종아리 밑에 베개를 놓고 자면 혈액순환이 원활해져 다리가 붓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사진은 콩팥 기능이 많이 떨어져 부종이 생긴 환자의 모습.

손이 붓고 통증이 심하다
손이 붓는 데다 통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있는데 물리치료나 약물치료를 하면 증세가 호전되니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단, 통증이 심하고 하루 종일 신경 쓰일 정도면 류머티즘관절염을 의심한다. 류머티즘관절염은 만성 염증성 질환으로, 다음 항목 중 4가지 이상에 해당하면 적극적으로 치료한다.
*자고 일어난 아침에 관절이 뻣뻣하고 아픈 증상이 1시간 이상 나타나면서, 이 증상이 6주 이상 지속될 때
*관절 세 곳 이상의 부종이 6주 이상 관찰될 때
*손마디의 부종이 6주 이상 지속될 때
*손마디의 부종이 양쪽에서 같이 발생할 때

임신 중 부종, 신장 기능 이상
임신부 대부분은 임신 후기가 되면 손발이 붓는다. 쉬거나 잠을 충분히 자면 다음날 회복된다. 임신부는 모체의 증가된 체액을 배설하기 위해 신장이 큰 부담을 받는데, 신장이 기능을 다하지 못하면 몸에서 단백질이 빠져나가면서 부종이 발생한다. 또 임신으로 커진 자궁이 대정맥을 압박함으로써 혈액순환이 나빠지면 심장이나 신장에 부담이 돼 혈압이 높아지면서 부종이 발생한다.

손이 부었을 때 관리법
손가락이 부으면 손가락과 손가락 경계 부위에 있는 관절을 자주 누르거나 꼬집듯이 잡아당긴다. 손 전체가 부으면 손목 관절과 아래 팔을 쓸어주는 마사지가 효과적이다. 손바닥 쪽의 팔(안쪽 부분)과 손등 쪽 팔(바깥쪽 부분)을 쓸어주면 팔꿈치 아래 팔 뼈의 중앙이 만져지는데, 이 부분에 줄을 그어서 고랑을 파듯 밀고 내리기를 반복한다. 손바닥을 반으로 나눴을 때 가운데 지점을 눌러도 부기가 많이 가라앉는다. ▷기사 더보기

몸이 자주 붓는 경우엔 정확한 진찰을 받아보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진단 결과 별다른 질환이 발견되지 않을 때는 먼저 평소 식습관에 문제가 없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평소 음식을 짜게 먹지 않고, 야식을 되도록 먹지 않는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하다.

낮에 서 있거나 앉아 있는 시간이 많은 경우, 여유가 있을 때 바닥에 편안히 누워서 다리에 쿠션 등을 받쳐주면 부종 예방에 효과적이다. 걷기, 자전거 타기, 요가, 계단 오르내리기 등의 전신운동이 큰 도움이 되며, 발뒤꿈치를 자주 올렸다 내리는 가벼운 스트레칭도 활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