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국경없는의사회 소셜미디어 홍보를 하면서 '악플'을 받아본 적이 없어요. 높은 연봉을 받으며 럭셔리 브랜드를 홍보할 때보다 훨씬 감사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최정혜(32·사진) 국경없는의사회(MSF) 한국사무소 디지털커뮤니케이션 과장의 말이다. 그녀는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12개에 달하는 소셜미디어 채널을 담당한다. 외제차, 고급 양주 등 럭셔리 브랜드를 홍보하다 어떻게 국경없는의사회를 선택하게 됐을까. 역삼동 국경없는의사회 한국사무소에서 최 과장을 만나 그녀의 일과 삶을 들어봤다. 국경없는의사회는 1971년, 프랑스 의사와 언론인이 설립한 글로벌 NGO다. 종교, 국적, 인종 등에 상관없이 인도주의적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한국사무소는 일본과 홍콩에 이어 아시아에서는 세 번째로 2012년 문을 열었다.

―홍보·광고는 영리업계의 꽃으로 불린다. 어떻게 국경없는의사회에서 일할 결심을 하게 됐나.

"졸업 후 세이브더칠드런에 온라인 홍보 담당으로 입사(2007년)했다가, 이후 실무 경험을 좀 더 쌓으려고 광고대행사로 자리를 옮겼다. 그곳에서 4~5개 럭셔리 브랜드를 관리했다. 업무 경험은 풍부해졌지만, 비영리에 대한 갈증을 이기지 못했다. 2014년, 고등학교 때부터 꿈꾸던 국경없는의사회에 입사했다."

―업무 일과는 어떻게 되나.

"매일 오전 전체 팀원이 모여 편집회의를 한다. 밤사이 60개국에서 업데이트된 현장 소식 중 사람들에게 어떤 콘텐츠를 알릴 것인지 결정하는 자리다. 나는 국경없는의사회 한국사무소의 온라인 채널 12개를 관리하기 때문에 온종일 SNS 창을 켜놓고 있다. 영상 편집과 자막 작업도 한다."

탄자니아에 위치한 니아라구수 난민캠프에서 국경없는의사회 직원이 한 아동에게 경구용 백신을 주고 있다.

―업무 중 보람 있는 순간은 언제인가.

"해외 구호 현장으로 파견된 한국 활동가 한 분이 '국경없는의사회 페이스북(www.facebook.com/msfkorea)을 보고 용기를 냈다'고 하시더라. 실제로 사람을 구하는 활동을 함께 할 순 없지만, 우리의 콘텐츠가 계기가 될 순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4년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급격히 퍼졌을 때, 네티즌이 직접 국경없는의사회 모금 프로젝트를 개설해 1억원이 넘는 후원금을 모은 적도 있다. 대중이 먼저 우리의 진정성을 알아주고 지지해준다는 것이 무척 감사했다."

―하루에 몇 시간이나 근무하나.

"긴급 상황인 경우에는 주말에도 근무한다. 지난해 10월 3일 아프가니스탄의 쿤두즈병원이 미군의 공습을 받았을 때도 그렇다. 많은 사상자가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근무시간에 관계없이 바로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보통은 오전 8시~9시 30분 사이에 자유롭게 출근해 8시간 동안 근무를 한다. 업무 시간에 집중하면, 일과 삶의 균형을 지킬 수 있는 곳이다."

―직장으로서 국경없는의사회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인가.

"국내외를 넘나드는 소통이 가능하다. 최근 29개국 디지털 담당자가 한자리에 모여 캠페인과 전략을 공유하는 'MSF 디지털 위크(Digital week)'에 참석하고 왔다. 인력 교류도 활발하다. 한국 사무소 펀드레이징 팀에도 브라질 담당자가 와서 두 달 정도 업무를 했었다. 국경없는의사회 직원들끼리 사용하는 별도 소셜미디어도 있다. 실시간으로 활동 사진이나 연구 데이터, 현장 정보가 공유된다."

―자랑할 만한 조직 문화가 있다면.

"입사한 후 지난 2년 2개월 동안 '언제까지 주세요'라는 말을 들은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만큼 자주적으로 일할 수 있다. 공유도 활발하다. 사내 SNS 등을 통해 서로 무슨 일을 하는지, 진척이 얼마나 됐는지 다 알 수 있어 협업도 쉽다."

―국경없는의사회를 비롯한 국제 NGO로 이직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한다면.

"해당 NGO에서 미리 자원봉사나 인턴 경험을 꼭 해보기를 추천한다. 또 주니어 연차에서는 영리나 비영리로 영역을 나누기보다는 나의 전문 분야와 업무 영역을 확고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