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4·13 총선 참패의 원인을 분석한 '국민 백서'를 공개했다. 계파 갈등에 따른 공천 파동, 대국민 소통 부재와 오만, 정책 부재 때문에 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외부 인사와 당원들의 비판을 나열했을 뿐 책임 소재를 정면으로 규명한 내용은 없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 외에는 책임자들 이름조차 적시하지 않은 채 넘어갔다.
새누리당 총선 참패는 '배신의 정치 심판'이라면서 제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을 잘라내려는 박근혜 대통령의 오만에서 비롯됐다. 그 아집만 없었다면 애초에 공천 분란이 일어날 이유가 없었다. 공천 보복으로 골육상쟁을 벌이다 참변을 자초한 것이다. 여기에 우스꽝스러운 '진박(眞朴) 마케팅', 윤상현 의원의 '막말 파문', 김무성 대표의 '옥새 파동'까지 곁들여지면서 유권자들 마음속에서 완전히 멀어졌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고 다른 원인이 있을 수도 없다. 이렇게 당을 망가뜨리면서 나선 진박들은 지금 사드 배치에 반대하면서 박 대통령을 뒤에서 해치고 있다. 이야말로 국정과 대통령에 대한 배신이다. 이것이 박 대통령과 측근 권력이 총선에서'배신의 정치'를 심판했다는 결과다.
참패한 당에 총선 백서가 필요한 것은 패인을 있는 그대로 밝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그런데 대통령과 여전히 당내 최대 계파인 친박들의 눈치를 본 백서가 나왔다. 그동안 새누리당 비상대책위는 '비상'이나 '혁신'과는 어울리지 않는 행태를 보여왔는데 이런 총선 백서에'국민'이란 이름을 붙이고 배포까지 한다니 한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