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비할 바 없는 우아함과 사랑스러움, 아름다움이 나를 바보로 만들었어."

급하게 휘갈겨 쓴 데다 군데군데 줄을 그어 지운 흔적까지 선명하게 남아 있는 편지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편지를 쓴 인물은 미국의 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다. 미국 시카고 트리뷴은 헤밍웨이가 10대 후반에 첫사랑에게 쓴 것으로 추정되는 편지가 최근 발견됐다고 12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편지는 헤밍웨이 전기(傳記)를 집필하기 위해 그가 태어난 일리노이주(州) 오크파크의 공립 도서관을 뒤지던 작가 로버트 엘더가 처음 발견했다. 처음엔 헤밍웨이가 고교 시절에 쓴 작문 과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 너를 사랑해"라는 구절과 "아네트"라는 이름을 발견하고 연인에게 보낸 편지임을 알아차렸다.

미국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왼쪽)의 첫사랑이라고 밝혀진 아네트 데보(오른쪽). 10대 사춘기 시절 헤밍웨이가 데보에게 쓴 편지(가운데)에는“너와 함께라면 기꺼이 지옥에도 갈 수 있어”같은 열정적 표현이 들어가 있다. 편지를 발견한 전기 작가 로버트 엘더는“약 100년 전에 쓰인 이 편지에는 시간을 거스르는 열정이 묻어 있다”고 했다.

엘더는 헤밍웨이와 관련된 문서를 뒤진 끝에 그녀가 헤밍웨이의 고교 1년 후배 아네트 데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헤밍웨이는 오크파크 앤 리버 포레스트 고등학교 졸업반 때 아네트와 함께 교지(校誌)를 만들면서 가까워졌다.

헤밍웨이는 편지에서 "너와 함께라면 기꺼이 지옥에도 갈 수 있어. 내 목숨을 바칠 수도 있어"라며 아네트에 대한 절절한 마음을 드러냈다. 고교 졸업 후 그는 캔자스시티 지역 신문에서 인턴 기자로 일하기 위해 고향을 떠났지만 이듬해인 1918년 누나 마셀린에게 보낸 편지에서 아네트의 근황을 물어볼 정도로 그녀를 향한 관심은 이어졌다.

엘더는 수소문 끝에 그녀의 행방을 찾았다. 아네트는 1982년 사망했지만 현재 82세인 아들 존과 연락이 닿았다. 존은 "어머니가 헤밍웨이와 잠시 사귀었다는 사실을 들었다. 둘은 주로 영화를 보며 데이트를 했던 것 같다"고 했다.

헤밍웨이의 짧고 강렬했던 첫사랑은 그가 1차 대전이 한창이던 1918년 5월 적십자 부대 앰뷸런스 운전병으로 이탈리아 전선에 투입됐다가 두 달 뒤 부상을 입고 밀라노 육군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일곱 살 연상인 간호사 아그네스 폰 쿠로프스키를 만나 한눈에 반하면서 끝났다. 같은 해 11월 헤밍웨이는 마셀린에게 쓴 편지에서 "아네트는 내 마음 한편으로 비켜났어"라고 했다.

쿠로프스키는 헤밍웨이의 대표작 '무기여 잘 있거라'에 등장하는 간호사 캐서린 바클리의 실제 모델이다. 헤밍웨이는 1919년 쿠로프스키에게 청혼했지만, 두 달 만에 이별 통보를 받았다. 헤밍웨이는 1921년 여덟 살 연상인 엘리자베스 리처드슨과 첫 결혼을 했고 이후 3차례 재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