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스 베이더 긴즈버그(83) 미국 연방대법관이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적인 도널드 트럼프를 맹공격하면서 대법관과 유력 대선 후보 간의 전례 없는 설전(舌戰)이 벌어지고 있다.
미 역사상 두 번째 여성 대법관이자 진보 진영의 대모(代母)로 불리는 긴즈버그 대법관은 지난 10일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대통령인 나라는 어떤 모습일지 상상조차 하기 싫다"며 "(지난 2010년 숨진) 남편이 살아 있다면 '이제 뉴질랜드에 이민 가야겠다'고 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11일 CNN 인터뷰에서도 "(NYT 인터뷰 발언은) 실언이 아니다"며 "트럼프는 사기꾼이다. 일관성 없이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말한다"고 공세를 이어갔다. 대법관이 인터뷰에 응하는 것 자체가 드문데 정치적 발언을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NYT는 전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긴즈버그 대법관이 대법원의 명예에 먹칠을 했다"고 반발했다. 그는 "대법관의 정치 개입은 매우 부적절한 일로 긴즈버그가 가능한 한 빨리 대법원을 떠나기 바란다"고 말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긴즈버그 대법관이 이례적으로 '트럼프 저격'에 나선 데 대해 트럼프의 '멕시코계 판사 불공정' 발언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는 지난 5월 말 '트럼프대학' 사기 의혹 사건 재판을 맡고 있는 곤살레스 쿠리엘 샌디에이고 연방지법 판사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며 "판사가 멕시코계라 나를 증오하고 재판을 불공정하게 한다"고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저버린 데 대한 비판도 나왔다. WP는 사설에서 "긴즈버그가 타당한 말을 했다 하더라도 대법관이 정치적 견해를 말한 것은 부적절하다"며 "솔직함을 칭찬할 수만은 없다"고 했다.